당신처럼, 이 오래된 아름다움
바이마르의 구 시청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매우 울퉁불퉁한 길이 나온다.
이 길은 바이마에서 가장 험한 길이라 유모차를 끌고 가다 바퀴가 빠질 뻔한 적도 있고,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들이 낑낑대며 돌 사이에 박힌 구두를 빼 내기도 하는 곳이다.
나와 남편은 특히 이 길을 좋아했는데 도통 낮잠을 자기 않는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이 덜컹거리는 길을 지나면 신기하게도 눈이 반쯤 풀리며 잠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집에서 점심을 먹고, 시내로 나와 이 돌길을 지나다니며 몇 번씩 왕복하며 아기를 재우곤 했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둘 다 숨길 수 없는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길이 이어지는 맞은편 앤티크 가게로 향했다.
독일에서 나는 앤틱 때문에 참 행복했다. 이렇게 구경을 하는 것도 주말에 배낭을 메고 옆 도시로 사러가는 일도, 집에 가져와 닦고 치수를 재고 인터넷 상점에 올리는 일도. 내게 이런 열정이 아직 남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놀라웠다.
혼자 본연의 나와 마주하는 독일 생활에서 '갈망'이 '열정'으로 바뀐 것일까.
오래된 책이며 명화며, 고풍스러운 의자, 식기, 내가 좋아하는 찻잔과 그릇들. 그리고 얼굴만 딱 봐도 앤티크 가게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할아버지는 의자에 앉아 흘러내리는 안경을 올리시며 은 수저를 닦으시고, 손님들에게 앤티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곤 했다.
남편은 앤틱 가구에 관심이 많아 의자든 선반이든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 못 지나가고 멈춰 서서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이야! 하고 감탄하곤 했는데 가격은 다른 앤티크들보다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그림은 더욱더.
딸랑,
문을 열면 은구슬들이 흔들리는 소리. 기계식 차임벨과는 울림이 다르다. 소리가 옅어지며 남은 그 여운은 앤티크들 위에 고이 내려앉는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찻잔들. 가끔 사진으로 보거나 집에 남겨놓은 찻잔 세트를 볼 때면 감격을 참을 수 없다. 어쩜 이렇게 선이 고운지, 꽃 페인팅이 고상하고 세심한지. 사용해보니 너무 가벼워서 또는 깨어질까 조심스러워 두고 보거나 아주 특별한 날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는데 한 두 개 정도는 소장하길 아주 잘했다 싶을 정도로 앤틱은 두고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앤틱은 질량의 무게가 아니라 시간과 가치의 따라 판단된다. 바이마에 온 지인분과 티타임을 하며 앤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100년이 넘은 찻잔과 나무상자와 또는 시계나 액자 등을 보면서 사람도 그리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덧붙여지고 치장되어서가 아니라 그래서 한순간 잠깐 빛나다가 시들어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빛이 나면 좋겠다고.
두고두고 보면 볼수록 깊은 우물물 같은 사람, 곁에 머물러 쉬고 싶은 사람, 고매한 인격에 따뜻함을 가진 사람처럼.
앤티크가 말을 건다.
오래된 세월에 담긴 빛바래져 더욱 고흔 아름다움과,시간과 사람을 넘어 선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