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외로웠다. 갓난쟁이를 안고서 낯선 땅을 배회했다. 가장 예쁘고 귀여운 생후 1년의 시간 동안 아이를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다. 남편은 공부 때문에 너무 바빴고, 가족의 도움 없이 1년 여 아기를 혼자 키우려니 몹시 숨 막히고 예민해졌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없이 코너에 몰렸고, 거울 속의 나는 불행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공부와 가정 사이에서 우와좌왕하며 나를 위로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결국 남편을 두고 아이와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한 즈음, 남편은 독일 유치원을 알아봤다. 꽤 먼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통학하며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되었는데, 아기에게 미안하게도 서로가 떨어져 있는 시간을 통해 나는 안정을 찾아갔다.
아이는 14개월, 독일에서 유치원을 간다. 독일 유치원은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엄마가 아이와 등교하여 함께 있는다. 기간은 기본 3주부터 3개월까지 길어지기도 한다. 엄마는 아이와 유치원에서의 모든 수업들에 참여한다.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놀고 가르친다. 눈치를 보는 건 오로지 나 혼자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숫자를 세고, 촛불을 켰다가 껐다가 한다.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저 속에 내재된 엄청난 독일 교육의 힘은 무엇일까.
독일 유치원의 첫날은 한 시간, 며칠 뒤부터는 오전까지,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점심시간까지 아이가 유치원에 혼자 있는 시간을 차차 늘려간다. 아이가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독일 유치원의 모든 것에 익숙해질까지 그들은 기다리고 기다린다. 끈질긴 기다림의 나라. 독일.
아이가 조금씩 적응하는 것 같다며 아침에 인사를 하고 이제 헤어지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엄마는 완전히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으라고. 유치원 초록 대문에서 "안녕" 하며 돌아서자, 아이는 서럽게 운다.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기고 주먹을 꽉 쥐고 울지 않으려고 코를 킁킁거린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머리는 쭈뼛 선다. 선생님은 아이를 안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어로 아주 조근조근 오랫동안 설명한다. 침착하게, 그리고 다정한 얼굴로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아이가 울음을 그쳐 집에 돌아가는 날도 있지만, 점심쯤 찾으러 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한 시간이 지나도 울어서 전화를 받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험난한 유치원의 여정, 우리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처음에 아이를 맡았던 선생님은 미국인 크리스텐 선생님.
지금까지 잘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그녀 덕분이었다. 아기가 적응하지 못한 채 그렇게 몇 주, 크리스텐은 나에게 빨지 않은 내 옷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꼭 '빨지 않은 옷'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더 이상한 대답이다. 크리스텐 자신이 입겠다는 것이었다.
'빨지 않은 내 옷을 선생님이 입는다.'
나와 남편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왜, 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엄마의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아이를 안고 대하면 안정감을 얻어 잘 적응할 것 같다고.
엄마와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 여전히 아이는 목 놓아 운다.다른 선생님이 안아도 소용없다. 하지만 크리스텐이 안으면 눈물을 그치고, 이내 잠잠해진다. 아이가 울고, 보채고 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그녀는 우리 부부에게 말했다.
I feel sad.
I hope Min to be happy in kindergarten.
우리 아기가 행복하지 않아서, 슬프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집에 돌아가서 한참을 울었다.아이가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다. 아이가 독일어를 따라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행복해 보이지 않아서다.그리고 크리스텐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1년 정도 지나자, 아이는 다른 독일 선생님과도 친해지고 친구도 생겼다.일본, 이집트와 터키 아이들과 친해졌다. 본국의 떠나 온 이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적막함과 외로움이 존재하는 것,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
낯선 땅에서 고생 많구나.
너도, 너도, 너도.
유치원의 야외 공간과 놀이터는 꽤나 넓다. 아이들은 하루에 기본 4시간 정도 밖에서 논다.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밖에 나간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산책을 간다. 콧물을 줄줄 흘러도 그런 아이가 한 둘이 아니고, 그저 둔다. 선생님들은 하루 종일 아이들과 논다. 그저 논다. 실내에서 놀 때는 선생님 배 위에 앉아 아니면, 함께 누워서 동화책을 본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모래 장난을 치고 뒹구는 유치원의 일상.
아기는 한 살 더 먹으면서 이제 확실하게 놀아주는 남자 선생님을 찾는다. 아이들 들어 빙글빙글 돌려주고, 아찔할 정도로 높이 던졌다 안아준다. 스릴만점 놀이에 남자아이들은 서로 해달라고 선생님에게 달려든다. 어느 날은 톱질을 하고 진흙을 이겨 토굴집을 만든다. 아이는 오늘도 유치원에서 나오며 "야콥!" 하며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인사한다. 그렇게 아이는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는 어른들의 품 안에서 웃으며 자라 가고, 행복한 아이의 엄마는 물론 행복하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바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