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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Feb 08. 2022

프롤로그, 우리는 달나라로 떠난다

무작정, 독일에서 자전거 여행

 한국에서 가져온 돈이 다 떨어졌다. 비상이다. 우리는 여전히 주머니가 없는 옷이 어울린다.

우리는 독일에 오고 여행을 가기 위해 감자와 양파 반찬을 주로 먹으며 매달 돈을 아꼈다. 한 달에 10유로씩 한나 아렌트의 책에 저금을 했다. 독일 곳곳과 유럽 인근을 빼곡히 돌아다니며 3년을 보냈고 끝없는 이야기들이 사진과 글로 남았다. 그리고 이제는 감자나 양파만 먹어도 뒤로 치울 돈이 없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의 책은 비어 있다. 이제 미루고 미루던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보통의 한국 유학생 가정들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여행을 자주 하지 못한다. 여행 갈 돈이 있다면 독일에 조금 더 머무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반대였다. 시간과 돈은 바꿀 수 없다며 지금 독일에 있을 때 갈 수 있는 만큼 유럽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고, 돈이 모자라면 한국에 그만큼 일찍 가면 되는 것이라고. 한국에 한 달 일찍 귀국한다고 생각하면 한 달 생활비는 여행으로 쓸 수 있는 것. 생각을 뒤집어보니, 별 일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프랑크프루트에서 로마로, 아테네로 가는 유럽 저가항공을 5만 원에 티켓팅 했다.

우리는 지금 주어진 '시간'을 선택한다.


막바지에 다다랐다. 독일의 끝에서 돈 없이 가능할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을 계획해야 했다. 남편은 아기를 데리고 무전 자전거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여행 베테랑인 그는 선택의 여지없는 방법을 내게 권했고, 나는 자전거 여행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독일 어디든 여행이 가고 싶어서 대책없이 알겠다고 했다. (진짜 후회할 일이 얼마나 펼쳐질 지 상상도 못한 채)


어제 집 앞에서 하우스 플로마크(벼룩시장)를 끝으로 여행 준비 완료.

독일에서 벼룩시장하는 분들이 왜 연신 웃는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돈이 아닌 재미로 하기 때문이었다. 어제 우리도 덕분에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고. 사실 판매한 물건보다는 아들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 물건이 더 많았다.

그리고 벼룩시장의 한 가지 팁은 아이들 교육이다. '1유로 주고 파는 거야'라고 아이에게 가르쳐 줬더니, 처음에는 물건과 함께 1유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물건을 들이밀고 '아인 오이로~'라고 강매를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아들에게 시장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가르쳐 준 것 같다.

 

이제 우리는 3살 아기와 독일 하이킹 여행을 떠난다.


루트는

바이마르 - 튜링겐 발트 (숲) - 아이젠나흐 (루터가 성서를 번역하던 곳) -........ - 바이마르입니다. 


물론 루트는 가이드라인일 뿐 일정은 그날 아침 태양과 바람, 그리고 아이의 웃음소리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 준비물은 텐트와 냄비(코펠이 없는 관계로) 그리고 기대와 사랑을 챙겼으니 준비 완료!


왜 달나라로 가는 것처럼 마냥 설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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