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름 Feb 12. 2022

04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은 나를 이방인으로 만든다. 

내가 인생의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곳. 


1. 신
2. 스승
3. 책
4. 여행 


하지만 내 경험에서 그 가르침의 순서는 반대로 왔다. 우유부단하고 열정 없던 내가 스스로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은 여행을 통해서였다. 내 인생의 첫 스승은 약 13년 전 여행, 곧 부천에서 해남까지 자전거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처럼 텐트와 코펠을 짊어졌지만 홀로였던, 내 인생의 (진정한 의미의) 첫 여행, 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힘겨운 페달을 한 번 밟을 때마다 난 내 안의 나에게 끈질긴 질문을 던졌다. 


내가 왜 이 고생(여행)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답은 언제나 '모른다'였다. 


그 이후로 난 줄 곧 여행을 떠났다. 유럽, 인도, 네팔, 일본, 호주..... 하지만 아직도 난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야기한다. 


여행 안 가니? 


나도 잘 모르면서 왜 여행을 권하느냐고?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단순하다. 그리고 삶을 바꾸는 것들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안다. 난 왜 여행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은 '여행이 날 바꾸었고 또 바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일까? 


아마도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내가 꿈꾸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고난과 기대보다 큰 기쁨이 순간순간 교차하는, 내 하루하루의 삶이 곧 여행임을 자유란 그렇게 내가 꿈꾸지 않던 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것임을 깨닫는 시간이 아닐까. 


여행은 날 이방인으로 만든다. 여행은 오늘의 내가 이방인임을 가르쳐준다. 그것을 알아 갈수록 난 하늘로 나를 수 있다. 

더 높이 날기 위해서는 열기구의 모래주머니를 버려야 할 것 아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