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의 비밀_독일의 도서관

바우하우스 도서관/안나 아말리아 도서관

by 정아름


독일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도서관


독일의 인구 8천 여 명에 독일의 공립 도서관은 8천 여개.
도서관 당 인구수는 1만이며 한국의 4.4배이다.


집에서 자전거로 7-8분, 거대한 나무 의자 앞 유리로 만들어진 바우하우스 도서관이 있다. 남편은 수업이 없는 날은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하루 종일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그 사람. 어쩜 저렇게 인간이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나? 신기하다가도 이제는 책 좀 그만 보고, 나와 아기를 좀 봐줬으면 하는데 영어과정으로 수업을 듣고 논문을 준비해야 하는 그에게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엔 책 보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턱을 괴고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나였는데, 나는 변했다.


"제발, 책 좀 그만 봐!"

밤낮으로 화려하고 시끄러운 서울을 떠나 독일의 숲과 시내, 인적 드문 거리는 아름답고 생경했는데 이제 평화롭고 조용한 독일이 서서히 심심해진다. 아기와 놀다가 우리도 아빠가 있는 도서관으로 마실을 나간다. 점심시간을 맞춰 간단한 도시락을 싸고 남편을 만난다. 도서관 앞 큰길 건너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고, 의자 조형물 맞은편에는 감자튀김 가게가 있고, 가게 아랫길을 따라가면 바이마르 중심가로 이어진다.


책을 보는 아빠 덕에 아이들은 책을 매일 본다. 아빠가 가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들은 아빠에게 벌을 준다며 "책 그만 보기" 명령을 내린다. 나도 남편을 따라 진열하기만 했던 책들을 꺼내서 이리저리 뒤적인다.(나는 책을 사는 데 사치를 부리는 편. 책을 사서 꽂고 관람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허영 가득한 사람)


한국에 와서 이사를 갈 때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는 가까운 지하철역보다 도서관의 위치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도서관에 간다. 인근의 괜찮은 도서관들을 검색해보고 주말마다 여행 가듯 가 본다. 가족 도서관 카드로 책을 30-40권을 빌리고 신간을 신청하고 다른 도서관의 책까지 상호대차 신청을 한다. 생후부터 학교 가기 전까지 매일 책을 읽어주고 함께 도서관에 가며 '책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우리 부부의 목표. 그리고 현재까지 성공했다.

독일 바이마르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


아무리 어두운 충동에 던져질지라도
선한 인간은 바른 길을 잃지 않는다.
- 괴테(1749~1832), <파우스트>


구 시청에서 왼쪽으로 가다 보면 1600년대에 지어진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이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 괴테는 바이마르에서 정치를 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그는 바이마르를 문화도시로 꽃 피웠다.


스물다섯까지 시골에 살다 종로의 영풍문고에 갔을 때 받았던 문화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티끌만 한 존재감과 믿을 수 없는 우물 밖 세계를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이마르에서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의 느낌은 그때의 몇 배쯤 되려나.

층층이 4층 빼곡히 꽂힌 책들도, 천창의 거대한 빛도, 고풍스러운 외관과 세련된 현대적 디자인의 내부도 그리고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책을 읽고 있는 독일 사람들의 모습까지 모두 현실의 바깥 같았다. 놀라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만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들 정도.


독일 바이마르 어린이 도서관

"엄마, 이거 무슨 뜻이야?"

"엄마도 몰라."

"엄마도 몰라?"

"응, 엄마도 몰라."


어린이 도서관은 놀이터만큼이나 아이들이 많다. 일하는 사서분들도 많은 데다 함께 온 엄마와 아빠들로 북적북적해진다. 독일 동화책을 가져 온 아이와 '엄마도 모른다'는 말을 세 번이나 주고받았다. 오늘 따라 한적한 도서관에는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온 독일 아이와, 아이와 그림만 보고 있는 내가 있다. 대학을 나와 아이들을 가르쳐 온 나는 까막눈으로 독일을 읽지 못하고 보기만 한다. 그림의 보는 상상력이 바닥나자, 어쩔 수 없이 사전으로 독일어를 찾아가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장에 한 줄인 독일어 동화책을 어렵게 어렵게 번역하며 우리는 도서관을 삼 년 동안 드나들었다.


독일에서 다닌 도서관 덕분인지 오늘도 아이는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다녀왔다. 책을 잔뜩 빌려왔다며(대부분이 만화책이지만) 만족한 얼굴로 가방을 내려놓고, 아끼던 밀카 오레오 초콜릿을 꺼내 먹으며 독서를 한다. 다음에 이사 갈 때는 더 완전 큰 도서관 옆으로 가자는 아이의 말에, 나는 이에 걸맞은 융숭한 저녁 대접을 하기 위해 삼양라면을 꺼냈다.



*독일 인구 8,324만 명/ 도서관 개수 8,131개(2017년 기준, 도서관 당 인구 1만 2백)
한국 인구 5,178만 명/ 도서관 개수 1,172개(2020년 기준, 도서관 당 인구 4만 4천)

http://www.consumer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394

2017 주요국 도서관 당 인구 TOP5 / 2018. 7.9 컨슈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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