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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베란다 인테리어'는 바닥데크부터

야외 베란다를 꾸미려면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

by 정아름

사실 베란다 인테리어의 시작은 계절감에 맞는 식물이나 꽃, 혹은 예쁜 테이블과 의자가 아니다.

바로 '바닥데크'부터다.


테크를 깔지 않고 식물이나 테이블을 놓으면 뭔가 빠진 듯한 휑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인테리어 물품들을 사다가 들여놓겠지만, 결국 데크 없이는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마치 새로 생긴 카페에 일자 형광등을 달고, 편의점 의자를 갖다 놓는 격이랄까.


그래서 야외 베란다를 꾸미고 싶다면, 일단 바닥에 데크부터 깔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베란다를 꾸미기 위해 놓은 식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은 아마도 빛을 잃을 것.



바닥데크는 인터넷에도 판매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케아에도 있다. 내구성을 따지자면 이케아가 나을 것 같아서 이사를 하고 에너지가 다 방출된 상태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고 이케아로 출발했다. 아이들은 힘이 남아돌고, 집에 돌아와서 수영장을 설치해주면 안 되냐며 아빠를 조르고 있었다.


나무데크를 20묶음을 두 번에 나눠서 샀으니 40묶음. 총가격은 996,000원.

색깔은 브라운과 라이트 브라운, 그레이가 있고, 모양도 격자와 일자로 두 가지. (인조잔디도 있었으나 가격도 더 비쌌고, 나무데크가 더 고급스러워 보여 나무로 선택함)


바닥을 까는데 아무리 멋진 베란다를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거의 1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써서 데크를 깔아야 하나?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남편은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며 테크를 깔았고, 결론적으로 베란다는 아주 풍성한 유럽 느낌의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이사를 처음 왔을 때 베란다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폐허 수준이었다. 전 집주인 아주머니와 잠깐 대화를 했었는데 베란다에서 몇 번 고기를 구워 먹고는 정리 등등 너무 귀찮은 일들이 많아 아예 사용을 안 하셨다고 했다.)


'야외 베란다'는 쓰기 나름이라
'안 쓰면 버려지는 공간',
잘 쓰면 '최상의 아지트'가 된다.


데크의 좋은 점은 맨발로 다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바닥 인테리어가 공간을 꽉 채워 이제 식물을 이렇게 저렇게 놓아도 다 예쁘다. 이케아에서 사 온 나무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좀 더 편안히 앉고 싶어서 캠핑의자를 꺼냈다. 어느새 캠핑장으로 변신한 베란다. 남편의 땀이 뚝뚝 나무 데크로 떨어진다. 얼음물을 한 잔 갖다 주고는 캠핑의자에 앉아 산들바람을 잠시 쐬는데 벽에 페인트가 좀 오래되었네,라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그런데 말을 하자마자 세 남자의 페인트 칠이 시작됐다. 한 군데는 칠판 페인트로 나머지는 베이지색으로 베란다가 휙휙 바뀌어 나간다. 아이들이 아빠를 따라 페인트 칠을 하면서 연신 묻는다.


"엄마, 잘해요?

"응, 잘해요."

"엄마, 나도 잘해요?"

"응, 너도 잘해요."

"아니에요. 누가 더 잘하는지 골라주세요."

"응, 둘 다!"


아이들은 시무룩해진다. '둘 다' 말고 딱 집어 '한 명'만 엄마가 골라서 엄청나게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항상 둘 다, 혹은 아빠라고 한다. 지혜로운 대답인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테이블에 꽃도 놓고 테이블보도 깔고, 아이들은 칠판 페인트로 칠한 벽에 낙서를 한다. 참 좋은 아이템. 아이들은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둘이서 재밌다고 한참 키득거린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본 '명불허전' 드라마의 한의사를 그리면서 '명작이야.'라고 말한다. 우리는 같이 드라마를 보고, 같이 페인트칠을 한다. 베란다 정리를 끝내고 이따가는 같이 집 근처 도서관에 갈 것이다. 나는 예전과 다름없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남겨두고 일할 것이고, 이렇게 남는 시간엔 글을 쓸 것이다.


오늘의 소소하고 확실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버렸고, 나는 '이게 다 미래를 위한다'는 대대로 내려오는 거짓말 같은 인내와 수고를 접어두기로 했다.



* tip

- 이케아 나무데크

9개 세트 1묶음으로 구성

가로, 세로 30cm /두께 2cm / 총면적 0.81m2

가격 24,900원


- 야외 테이블은 작고 예쁜 것도 많은데, 안정적이지 않아 테이블이 까딱거림. 자주 사용할 것이라면 튼튼해 보이는 야외테이블을 추천하고, 가끔 2인이 티타임용으로 쓰려면 작은 테이블도 괜찮을 듯.


- 개인적으로는 캠핑의자와 폴딩 박스 2개 정도 놓는 것도 분위기도 나며 사용하기 좋았음. (캠핑의자는 목 뒤까지 받쳐주는 긴 스타일이 정말 편함. 앉으면 일어나기가 싫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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