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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우리 집에는 야외수영장이 있다

베란다에서 워터파크를, 여름은 시원해.

by 정아름
이런 집, 어떤가?!

아이들에게 '여름 수영'을 선물할 수 있는 집
여름방학을 신나게 보내 수 있는 집

사실, 베란다 있는 빌라의 최애 장점은
바로 '수영장'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마스크 덕분에 여름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공원의 물놀이터는 2년째 문을 열지 않는다. 어디 물놀이장뿐일까. 멈춰진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살다 보면 '느낌'도 '감정'도 다 사라지고 나 자신이 '인간'이었던 것도 잊어버리는 건 아닐지. 그리고 모두가 일제히 마스크를 벗는 순간에 알게 될까?


맞아. 우리 인간이었지.

넌, 이런 모습이었구나.


마스크 속의 친구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처럼, 이제 마스크를 쓴 내 얼굴도 가물가물해진다. 아이들은 1년 반째 학교를 가는 둥 마는 둥, 코로나 속에서 '게으름'은 익숙해지고 '놀고 싶은 의지'마저 잃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니, 아이들이 무력한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더 큰 문제는 건강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를 한 번 가려고 해도 아이들은 벌써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어느새 과체중에 가까워지는 큰 아이의 몸무게는 염려스러울 정도다. 코로나 이전에는 동네 이곳저곳을 산책하고 돌아다녔는데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은 늘어져 누워서 영상을 보는 일상에 병들어버렸다.


이사를 하면서 베란다를 보고는 남편과 다행이다, 싶었다. 드디어 집콕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베란다에서 놀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만 열고 나가면 되니 아이들을 그리 재촉할 필요도 없겠다. 그리고 여름 바깥 공간의 최애 장점은 아무래도 물놀이니까! 워터파크도 동네 물놀이장이도 갈 수 없지만 이사한 집의 야외 베란다에는 커다란 수영장이 있다. 이사하는 날, 아이들은 굉장히 들떴다. 학교가 끝나고 새로운 집으로 하교를 했는데 아이들은 '우와!'를 연발하며 집을 구경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우아'했던 건 계단이 있는 위층보다 베란다에 설치할 수영장이었다.


"아빠, 우리 언제 수영해요?"

"응, 집 조금 더 정리하고."

"아빠앙~~~ 당장 해줘요!!!!!"


아이들은 남편에게 달라붙어 안고 온갖 귀여운 목소리로 아빠를 홀린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항상 관대하다. 쩝, 나도 저런 아빠 있었으면 하고 부러울 때가 정말 많을 정도로. 남편은 이삿짐을 정리하다 말고 베란다로 가서 수영장을 설치한다.(전 집주인께서 이것저것 다 주시고 가셨는데 수영장도 무료로 주고 가셨다ㅠㅠ 세상은 생각보다 더욱 따땃, 합니다.)


아이들은 훌러덩 물로 들어가 수영을 한다. 둘이서 물장구를 치고 배고프다고 소떡소떡을 찾다가 허기를 채우고 또 물에 들어간다. 신나게 점프를 하고 누가 누가 오래 잠수를 하는지 배틀을 붙는다. 나는 남편과 큰 아이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올림픽 심판처럼 단호한 눈빛으로 타이머를 잰다. 잠수가 지치면 아이들은 물속에 뿌려진 색색의 클립 찾기 놀이를 한다. 클립을 많이 찾은 사람이 승리, 형은 역시나 동생을 봐주지 않는다. 이게 스포츠 정신이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동생을 가르친다. 나는 옆에서 수박을 썰다가 울음을 터뜨린 둘째를 안아준다.


"좀, 봐주지 그랬어. 형아"

"엄마, 게임의 세계는 냉정한 거예요."


여름이 시원하다.
베란다는 워터파크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이사의 노곤함이 조금 가신다. 남편은 무리하지 말라며 그러다 또 아프다고 걱정이다. 방을 세 번이나 닦았는데도 아직도 걸레가 까매서 오늘은 여기까지.

이삿짐 정리는 끝이 보이지 않고, 베란다는 생각보다 너무 넓다. 데크를 어마어마하게 깔고 테이블을 놓고 수영장을 놓을 만큼. 수영장은 아이 둘이 놀아도 충분할 정도로 넉넉한데, 아이들이 놀고 나니 물 색깔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색이 아니다. 다음에 수영장에 물을 받았을 때는 '엄마가 일빠'라고 모두 앞에서 나는 큰 소리로 찜을 했다.


모카포트로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에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잔뜩 넣은 아포가토를 야금야금 먹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의 조합은 여름을 한 걸음 뒤로 물러가게 한다. 커피를 마시며 하는 고민들은 참 기분이 좋다. 앞으로 아래층, 위층의 두 군데 베란다를 어떻게 채울까, 남편과 나는 오후의 물음표를 떠올린다.


'수영'이 있는 '여름방학'이 있어 우리는 참 좋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빌라, 베란다 수영장 tip

1. 수영장 물을 2-3번 정도 받아서 썼는데 그 달, 수도세는 35,000원 정도.
2. 수영장 물을 깨끗하게 쓰려면,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대야에 발을 씻고 들어가는 센스.
3.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다 추울 수도 있어서, 수영장 위에 햇빛 가리는 차향을 치지 않았음.
4.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물과 음료를 놓고 마시며 휴가 온 듯 즐길 수 있음.
5. 수영장에 너무 점프를 심하게 하면 층간소음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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