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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놓인 해방구 - 임팩트백 이야기

비거리도 얻고, 스트레스도 푸는 백의 비밀

by 언덕파

골프를 시작하면 누구나 겪는 시기가 있다. 바로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시기.

어쩌면 모든 스포츠 입문자들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네',

'힘을 빼고 부드럽게' 라는 조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나 역시 골린이 시절,
가진 건 오직 힘뿐이라, 드라이버를 무식하게 패기만(?) 했었다. 모 아니면 도 였다.
짧은 파4홀에선 ‘원온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있는 힘껏 휘갈겼고,
어쩌다 운이 좋아 성공이라도 하면 ‘백돌이의 무용담’이 하나 더 생기곤 했었다.

그렇게 100대 스코어를 벗어나 90대를 찍고,
어느샌가 80대, 70대로 스코어가 점점 내려갔다. 골퍼들 사이에서 떠도는 말 중

가장 공감을 많이 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바로 '힘빼는 데 3년, 다시 힘주는 데 3년'.

골프에서 '힘'은, 쓰는 사람의 요령에 따라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핵심요소다.
입문 후 3년이 지날 즈음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스윙은 부드러워졌고, 코스 매니지먼트도 여유로워졌다.
그런데 묘하게 비거리는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줄진 않았다.
하지만 그 2%의 아쉬움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비거리!'

골퍼들 사이에 두번째로 자주 떠도는 말이 있는데 바로

'남자는 비거리'라는 자존심 섞인 표현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거리는 별로 안나가는데 80대 골퍼와 거리는 많이 나가는데 90대 골퍼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거리가 많이 나가는 90대 골퍼를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거리는 모든 골퍼들의 꿈이고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숙제와 같다. 골프라는 스포츠는 결국 거리를 통해 홀에 볼을 넣는 게임 아닌가.



비거리 얘기로 다시 돌아오면, 동반자들이 늘 부러워했던 건 내 드라이버 샷이었다.
멀리 가면서도 쉽게 OB가 나지 않는 탄탄한 티샷. 그래서인지 스스로 강박처럼 갖게 된 기준이 있다.
‘산으로 날아가더라도, 거리는 나야지.’ '남자는 역시 거리야'

장타에 대한 로망은 꾸준한 장비교체로 이어졌고 이런 간절한 욕망은 연습도구에까지 확장되곤 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골프 비거리에 도움이 되는 연습도구는 이루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비거리 향상을 위한 도구는 정말 많다. 국산에서 수입제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골퍼들의 욕망을 채워주고 있다. 스피드 스틱, 로프, 오렌지휩, 야구 배트… 나도 왠만한 건 다 써봤다.


꽤 오랫동안 다양한 비거리 연습도구를 써보면서 드라마틱하게 피드백을 받은 도구가 하나 있었다.

내겐 임팩트백이 가장 드라마틱한 피드백을 준 도구였다.

요즘도 틈틈이 집에서 임팩트백을 친다. 까만색 비닐백 안에 안쓰는 옷가지나 이불솜을 채워 넣으면 된다.

그리고 내련친다. 이게 전부다(드라이버나 아어인 대신 가벼운 스틱을 추천한다. 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 셉업을 한 후 임팩트 백의 옆이 볼이라고 가정하고 내려친다,

층간소음 때문에 강하게 칠 수는 없고, 대신 임팩트 자세만 집중해서

툭- 툭- .탕~ 탕~ 내려친 후 놔준다.
가볍게 내리쳐주며 놔주는 그 연습이 나에겐 꽤 효과적이었다.

그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던 '힘을 빼라는 잔소리'를 금새 알게 해준 도구다.

힘을 빼는 느낌 그리고 힘을 어느 구간에서 줘야하는지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임팩트 순간, 아마추어 대부분은 채를 놔주지 못한다.

그저 힘으로 몰아부치거나 팔로 볼을 컨트롤하려 들기 때문이다.



다운스윙에서 허리 높이쯤 오면 감속의 느낌으로 채를 툭 놓아주는 느낌.
피니시를 굳이 하지 않는다. 즉, 팔로우스루와 피니시의 욕심을 내려놓은 스윙이다.

펀치샷 처럼 마치 끊어치는 스윙 같기도 하다.

비거리란, 더 세게가 아니라 ‘타이밍’과 ‘릴리스’의 미학이라는 걸 임팩트백은 몸으로 알려준다.


KakaoTalk_20230716_202928461.jpg “릴리스 타이밍, 가속과 감속. 임팩트백은 연습보다 정직한 피드백을 준다.”



나는 실외연습장에서 볼을 칠 때 마음 속으로 이런 주문을 외운다.


“볼이 아니라 임팩트백을 친다.”
“가볍게 채를 놔준다.”
“볼을 탕— 치고 끝낸다.”


한달 정도 때려보면 안다. 임팩트로 끝내는 스윙이 몸에 배이고 더불어 꽤나 늘어난 비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신상 드라이버들 광고는 1야드라도 더 보내고 싶은 골퍼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기술의 혁신, 공기역학 디자인, 최첨단 소재 등 당장이라도 몇 십 야드는 더 멀리 보내줄 것 같다.
장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비거리는 장비 욕심 보다 신뢰다.
자신의 스윙을 믿고, 힘을 뺄 줄 알고 힘을 제대로 사용하는 골퍼에게 볼은 더 먼 비거리를 선사한다.



그렇게 임팩트백을 툭툭 치는 몇 분,
어느새 몸에선 힘이 빠지고 마음엔 이상한 쾌감이 올라온다.

결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볼을 칠 때보다 덜 복잡하다.
백을 치는 이 연습은 어쩌면 스윙을 다듬는 것 이상으로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한 ‘작은 스트레스 해소 백’이 될 수도 있갰다.

그러니 매우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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