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는 법

by 정도비

겨울을 싫어한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데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황량한 거리를 보고 있자면 마음까지 썰렁해져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는 말이 딱 이런 거구나 싶다. 봄 여름엔 별일 없어도 마음이 즐겁다가 가을엔 ‘올 것이 오는구나’ 싶어 긴장이 되고 겨울엔 어서 이 계절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겨울철 위안을 주는 것이 트럭에서 파는 군밤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 동네에 반가운 파란색 트럭이 등장한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장사를 하시는데 항상 손님들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오돌오돌 떨면서 기다려 따뜻한 군밤 봉지를 받으면 추위에 두 뺨이 시려도 품에 안은 따뜻한 군밤을 타고서 온기와 행복감이 마음속으로 퍼져 나간다.


며칠 전 남편이 퇴근 후 상갓집에 갔다가 집에 늦게 왔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더 늦게 오길래 차가 막혔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남편이 짠 하고 군밤 봉지를 내밀었다. 야밤에 예상치 못하게 받은 군밤 봉지가 어찌나 반갑던지 환호를 하고는 한 봉지를 야금야금 다 먹었다. 추운 날씨에 많이 안 움직이면서 먹기만 해서 살이 찐 탓에 다이어트를 결심하긴 했지만 다이어트는 원래 내일부터 하는 거니까. 흠흠.

겨울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몸도 마음도 시린 추위 또한 계속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군밤을 사 와서 안겨주는 남편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다. 어쩌면 거꾸로 내가 괜찮을 수 있는 건 남편이 사 와서 안겨주는 군밤 한 봉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위로란 원래 이렇게 작고 사소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법이니까. 겨울을 무사히 나는 법이 있다면 그것은 군밤 한 봉지처럼 작지만 분명한 온기와, 그 온기를 건네주는 사람과 함께 이 계절을 건너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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