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 또다른 나를 배우다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일

by 정은쌤

아이를 만나는 일은

내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다음 날,

창밖을 보는데 다른 세계의 차원으로 넘어온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임신과 출산도 아주 큰 일이었지만,

아이를 양육하며 벌어지는 일은 더욱 엄청난 일이었다.


첫째 아이가 성장하며 어느덧 자아를 갖고

자기 주장이 생기고, 고집이 생기고, 떼를 부릴 줄 알게 되면서

나의 육아 전선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올라오고,

점점 감당하기 힘든 인내심이 요구되었다.


아이가 잠을 자야할 시간에 잠을 자지 않으면

너무너무 화가 났고, 자야한다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자기 전 양치를 해야하는데,

치카치카를 겨우 하고 나서 푸카푸카를 안하겠다고 울며불며 드러누웠다.


아이가 피곤해지면 그 정도와 수위는 점점 높아져갔다.


나는 육아서를 뒤적이며 나의 육아를 점검해갔고,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 소리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며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어린 시절의 나는 혼나서 울면,

운다고 더 혼나고 매를 맞았다.


눈물이 날라하면 꾸역꾸역 참으며 방으로 들어가 혼자 소리없이 눈물을 훔쳤다.

엉엉 목놓아 울어본 적이 없다.


내 아이는 속상하면 엉엉 목놓아 운다.

힘들면 한껏 짜증을 내고 목놓아 운다.

마음 상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목놓아 운다.


나는 아이의 울음이 너무 힘들었다.

애가 40분이고 1시간이고 울면 견뎌야 했다.

그 울음을 고집을 견디고 나서 진정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훈육할 수 있었다.


진정이 되기까지 견디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나도 지쳐갔다.

나도 숨쉴 구멍이 필요했다.


나에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절실함에도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몰랐다.


나는 늘 초저녁에 조금 쉼을 갖고 새벽녘의 고요함을 즐기던 올빼미족이었는데,

아이를 양육하고 재우고 나면 이미 진이 다 빠지고 힘에 부쳐 아이를 재우고나서 무언가를 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일찍 일어나는건 나에게 너무나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평생 이른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어찌해야하나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상담을 받고 있던 중에 상담선생님께서 아이가 잠든 후에 제일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나는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툭 던져준 한마디가 별스럽지 않게 해볼만 해보였다.

밤에 하기 어려우면 아이와 일단 일찍 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을 5분만 보는걸 제안해주셨다.


나는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이도 이 날 따라 늦잠을 자기에 고요한 아침을 즐기며 책을 펴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술술 읽혔고, 5분이 아닌 10분 20분이 훌쩍 지나갔다.


무엇보다 아이가 일어나 책을 읽어달라고 들고 왔는데,

엄마가 잠깐 책을 보고 있는 시간이라 긴바늘이 4가 될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니

내 옆으로 와서 앉아 책을 보는 것이었다.


그 날, 나는 온 몸으로 느끼고 결심했다.


나의 성장은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구나.

나의 모습은 아이가 닮아가는 구나.

앞으로 내가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도전해가보아야겠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조금씩 해보자.


아이를 양육하고 훈육하는 과정에 지쳐

내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나는 다시 살아나

또 다른 나를 다시 만나고 있었다.


나의 시간은 아이와 함께 흘러가고 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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