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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Apr 20. 2021

프랑스 외인부대 2021년 아프리카 파병

2021년 지부티와 2020년 말리

요즘 강철부대를 완전 재밌게 보고 있다.

예능은 그냥 예능으로 봐야 한다는 말에 100% 공감한다.


현재 남편은 아프리카 지부티에 있다.

해군 사관 생도들이 졸업 전에 세계일주 순항 훈련을 한다.

일정 중에 아프리카 지부티에 정박한다.

남편은 해군 훈련과 외인부대 훈련에 의무대 지원으로 급히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https://www.facebook.com/LegionetrangereOfficiel/videos/144559787476606


훈련 중 해사 생도생을 담당하는 장교가 "한국인 사관 생도가 있었다"라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웃으며 '아내와 아는 사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세상 참 좁다.

나는 그 소식을 바로 한국 진해로 전했다. 더 이상 사관 생도가 아닌 그녀도 똑같이 말했다.

"세상 참 좁다"라고


헬기가 바로 내릴 수 있도록 표시. 헐리우드인줄..

남편이 며칠 전에 보내준 사진을 보고 50년 전인 줄 알았다.

군인은 시대 변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듯하다.

외인부대 20년 짬밥인 남편은 '늙어서 고생 중' 이시다.  

저 맛없는 전투식량을 7주째 먹고 계심.

남편 가방 위에 말벌이 집을 지어놓았다.             32도 아프리카 더위에 낮잠을 자고 있는 군인들

주말에 지부티 시내에 나가 대형 슈퍼에 간 모양이다. 거기서 오뚜기 라면을 사 왔다고 신나서 연락이 왔다.

"집에 라면 많은데 좀 가져가지 그랬니?"

정작 끓여 먹을 불이 없어서 못 먹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짠하다 짠해" 아프리카 슈퍼까지 진출한 오뚜기 최고!

 

이상 2021년 4월 생생한 지부티의 현장이었음.



내친김에 작년 5개월 파견 나간 아프리카 말리의 사진 몇 장도 올린다.

원래는 4개월 파견으로 떠났는데 코로나로 이동금지가 되면서 한 달 하고 10일 연장되었다.

게다가 6명의 군인이 같은 시기에 전사했고 그중 1명은 남편과 같이 있었다.

철모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들의 총알이 머리에 맞아 즉사했다.

6명 중에는 1년 짬밥. 3년 짬밥으로 20대 초반 군인들도 있었다. 안타깝다.

남편이 충격을 받은 건 남미 기아나에서도 함께 했던 동료의 사고다.

지뢰가 터지면서 장갑차에 있던 불가리아 동료가 다리 한 쪽을 잃었다.

나도 아는 가족이라고, 아들이 아직 어리다고 설명하는데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아프다.


나는 늘 남편에게 "조심하라"라고 말한다.

매번 남편은 "군인이 그런 거 무서우면 군인이 되지 말았어야지"라고 대답한다.

파견 나가면 아이들 사진을 남편에게 더 자주 보낸다.

그가 살아 돌아와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느끼지만 전쟁터에서 "조심하라"는 말은 소용이 없는 것 같다.

남편 말처럼 내가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사고를 나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정신력이 강하지 않고선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그렇게 잔인하고 이상한 영화들을 즐겨 보나보다.


작년 말리에서 복귀하던 날, 부대 (파리 모병소) 앞으로 남편을 마중 나갔다.

아이들은 눈물이 났지만 꼭 참았다고 한다. 아빠가 더 슬플까 봐.

나는 "아빠 슬프니까 울지 말라"고 자주 말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아이들 감정을 너무 컨트롤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아냐 울어도 돼. 슬프면 울어"라고 했더니

이번에 지부티 갈 때는 떠나기 전날에 딸아이가 대성통곡을 해서 아빠를 당황시켰다.

                                       마을 의료 봉사를 나갔을 때 모습

https://www.facebook.com/Barkhane/videos/368852814095014/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외인부대를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 에세이 보시듯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생각하고 보셔라.

외인부대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으면 사진 보고 풀으셔라~

한국 특수부대도 좋으니 환상 가지고 외인부대 오지 마셔라~

별거 없다~ 환상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상식, 기본" 이런거 따질 사람들은 오지 마셔라~

여기는 그런거 존재하지 않는다~

오려면 목숨 걸고 오셔라~ (전투병에게만 해당)


이상 끝.


주의! 사진 퍼가지 말고 그냥 눈으로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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