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Jun 08. 2021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 적나라한 그들의 삶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


2021년 5월 19일 미술관, 영화관은 30%의 인원만 입장, 레스토랑은 야외 테라스만 여는 조건으로 순차적 이동금지 해제가 되었다.

6월 9일에는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고 8월 말에는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쟝 카스텔 국무총리가 발표했다.


6월 2일 마크롱 대통령은 6월 15일부터 12~18세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현재 성인 1차 접종자는 국민의 41%다.

다들 여름 바캉스 전에 백신 접종을 마치려고 서두르고 있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날씨가 28도까지 올라갔다.

거리 테라스에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스프리츠를 마시고 있었다.

옷 가게도 다 문을 열었다. 동네가 활기가 넘친다.

"이제야 사람 사는 곳 같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동네 영화관에 갔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관 5위에 선정되었다. 1920년에 건축됐고 제일 큰 홀에 900명이 수용 가능하다.


원래는 아들 생일에 맞춰 아이와 보러 오려고 했다.

좀 슬픈 내용이지만  딱히 재밌는 만화 영화도 없었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는 예고편을 보더니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볼래! 엄마"

나 혼자 본다면....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 학교 간 시간을 활용해야 했기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파리는 영화관이 연신 매진되었다고 했다. 사람이 많으면 마스크 하나를 더 쓰려고 여유분도 챙겨갔다. 동네 영화관이어도 원래 긴 줄이 늘어져 있는데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내 앞에 할머니 한 분만 계셨다.

상영관 안에 광고가 시작되었는데도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반반이었다.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대여한 것처럼 즐기고 싶기도 했고 그래도 누군가 한 팀 정도는 들어와 주면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영화관 상영 표를 보니 왜 이곳에 나 혼자인지를 깨달았다. 동시간대에 오스카 6관왕인 "The Father"를 상영하고 있었다. 파리의 별빛 아래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했건만....

광고가 시작되고 5분이 지났을까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와 하필 내 옆에 앉았다. 그 많은 자리를 나 두고 내 바로 옆에 말이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보이셨다. 그래서 문 바로 옆, 화장실이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으시는 듯했다. 나는 일어나 2칸 이동했다.

영화관에 소등이 되는 순간 3초 동안 긴장했다. 아직도 어두운 공간이 무서운 것 같다. 옆에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핸드폰으로 긴 글을 읽고 계셨다.

"나한테 무슨 짓은 안 하겠지"

이것도 병인데.. 경계하고 의심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내 긴장은 늘 내 탓이다.


내용은 이미 예고편을 보고 와서 알고 있다. 나는 여행도 영화도 미술관도 가기 전에 꼭 미리 공부를 하고 간다. 누가 그랬다. "미리 알고 가면 무슨 재미냐고?"

"모르는 말씀 알고 가야 보인다. 모르고 가면 다 놓친다. 난 기생충 볼 때도 공부하고 갔다"라고 하니 다들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난 그 상황에서 또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상한 건가?"


하여간 나는 영화를 통해서 더 자세한 파리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었다.



Le film raconte l'histoire de la rencontre entre une femme SDF et un jeune migrant africain dans les rues de Paris.


영화의 내용은 길거리 노숙자와 아프리카 이민자인 불어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가 길에서 생활하는 슬픈 현실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텐트촌이 철거되면서 엄마와 헤어지게 된 아이. 우연히 만난 길거리 노숙자 할머니는 센느강 옆에 있는 청소부 휴게실에서 밤에 몰래 잠을 자곤 했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로 보통의 사람들을 잠을 잘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그녀는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했다. 청소부가 출근하기 전에 거리로 나와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다친 발을 질질 끌고 전재산인 2개의 쇼핑백을 들고 파리를 방황한다. 아이의 등장으로 잠 잘 곳 마저 잃게 된 노숙자 할머니는 쫓아내도 자꾸 찾아오는 흑인 아이를 내치지 못한다. 한 눈 판 사이 아이는 사라지고 그 아이를 찾아 들어간 노숙자들 소굴에서 여인의 친아들을 보게 된다. 이럴 때 하는 말이다

"가난은 왜 되풀이되는가"

이민자들 소굴에서 마약인지 모를 담배를 피우며 함께 있던 아들은 부랑자들 사이에 있는 여자가 엄마임을 알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물건을 던져준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은 엄마에게 화를 내고 사라져 버렸다. 여인의 전재산인 2개의 쇼핑백마저 무서운 남자에게 뺏기게 되는데..


길거리에서 자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고 만다. 밤새 끙끙 앓던 아이는 응가가 묻은 바지를 노숙자 여인에게 준다. 여자는 옷가게에 들어가 아이 옷과 팬티를 훔치다 보안요원에게 걸리게 된다. 옷값을 갚기 위해 여인의 아들 사진이 든 목걸이를 팔아 20유로를 번다.

아이는 엄마와 찍은 사진과 추방 명령서를 가지고 있었다. 노숙자 여인은 난민 텐트촌과 몽마르트 아래 아프리카 거리로 아이 엄마를 찾아 나선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파리 12구 방센 숲에 있는 외국인 체류 시설( Centre de rétention) 아이 엄마를 찾으러 간다. 그곳은 난민과 이민자들이 프랑스에서 추방 전에 임시 체류하는 곳이다.  경찰관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흑인 여자를 찾으니  " 다 흑인이다"라고 경찰은 비웃으며 대답한다. 수송차에 탑승하고 떠나는 추방자들 중 아이 엄마를 보게 되고 그들을 찾아 파리 남쪽 르와시 공항으로 쫓아간다. 구걸로 얻은 잔돈을 탈탈 떨어 아이에게 옷을 사주며 작별 준비를 한다.


노숙자 여인도 누군가의 엄마인지라 아이를 살뜰히 챙긴다. 또 지금은 챙기지 못하는 자신처럼 노숙자가 되어버린 아들에게 못해준 것이 미안해서 일까.

나는 내내 훌쩍거렸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타려는 아이 엄마를 보게 되고 막힌 유리문을 열기 위해 노숙자 여인은 자기 이마를 유리문에 부딪혀가며 난동을 부리는데.. 순간 놀란 경찰이 유리문을 열고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뛰어간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아이는 엄마와 함께 프랑스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vbpQFL4J4

영화를 보고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좀 놀랬다.

방센 숲 속 텐트촌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져 단속이 되는 곳이라는 건 뉴스를 봐서 알지만 내 눈으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리 가족에겐 그저 운동을 나가는 산책로이다.

영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난민들이 가장 몰린다는 칼레(Calais) 지역은 경찰이 도저히 정리가 안돼 난민들에게 남부로 내려가라고 지시한다고 한다. 쫓아낼 수 없으니 지역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파리 센느강과 근교의 텐트촌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인권단체, 이민 난민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는 뉴스를 봤다. 이에 항의해 10구 리퍼블릭 광장에 500개의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간 것이 2020년 11월이다.

                                                                 

파리 시청에서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안내서를 발부하고 있다. 안내 책자에 나온 것처럼 정말 채용 상담을 받고 취직한 난민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가 남미에 살 때 만난 아이티 출신의 난민 여자는 난민 출신이 죽을 때까지 따라 다니기 때문에 취직이 안 된다고 했다.

슬프다. 살려고 목숨걸고 남의 나라에 들어왔는데 또 인간답지 못하게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2021년 11월에는 칼레스 지역에 있는 스포츠 용품 판매점 '데카트론'에서는 카약과 같은 소형보트를 판매 금지 시켰다. 이유는 이 지역의 난민들이 배를 타고 영국으로 가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프랑스 국민 배우 카트린느 프로가 노숙자(SDF) 여인으로 나온다. 그의 친언니 도미니크 프로도 출연한다. 뱅센 숲에서 미니 봉고차로 매춘부 생활을 하던 중 노숙자 여인과 아이를 르와씨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큰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파리의 현실적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주는 영화다.

여운이 남는다.


아이와 함께 파리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파리의 딜릴리"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이전 16화 지베르니 : 클로드 모네의 집에 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