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에디뜨 피아프, 모딜리아니, 들라크루아가 잠든 곳
파리 11구에서 약속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묘지 표시가 되어 있다.
Cimetière du Père-Lachaise
"어? 표지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가 본데?"
가만 생각해 보니 많은 들어본 곳이다.
이따 집에 돌아갈 때 둘러보기로 맘먹었다.
입구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온 관광객, 데이트하는 연인들, 꽃을 들고 온 가족들.
https://my.parisjetaime.com/plan-cimetiere-du-pere-lachaise#/search@48.8659143,2.3930032,15.44
묘지 안에 들어가니 티브이에서 봤던 장면이 스쳤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에밀리와 동료가 묘지 안에서 산책하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루팡'에서 아싼이 묘지 지하를 뛰어다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만큼 파리를 대표하는 곳이다.
저 높은 곳이 교회인가?
궁금해서 가봤더니 개인 묘지였다. 돈이 얼마나 많으면 묘를 이렇게나 크게 세웠을까?
프로방스에서 태어난 펠릭스 드 보쥬의 묘.
이름에 드 (de)가 들어갔다는 것은 옛날에 왕족이었거나 어느 지역의 귀족이었다고 한다.
11구에서 내려다보는 몽파르나스 타워
드디어 나의 첫 번째 목표인 쇼팽의 무덤 앞에 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프레데릭 쇼팽의 묘 앞에는 폴란드의 국기가 걸려있다. 그는 폴란드인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묘지를 가려면 지하철 총 3개의 정거장 중 아무 곳에서나 내리면 된다. 그만큼 넓다.
나는 1도의 날씨 속에 근 2시간을 걸었지만 총 2개의 묘만 볼 수 있었다. 유명인들의 묘를 찾아가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두 번째 목적지는 모딜리아니이다.
그의 묘지는 길가가 아닌 안 쪽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 더 힘들었다.
어느 블로그에서 모딜리아니 묘지 옆에 그의 동반자이자 작품 속 주인공인 쟌의 묘지가 있다고 했는데 그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쟌의 묘지는 찾지 못했다.
세 번째 목적지는 들라크루아 위젠의 묘지다.
또 16분을 걸어야 한다. 지하철 정거장 2개의 거리다.
손도 시리고 많이 걸어서 허리랑 무릎도 아팠다.
그리고 결정했다.
"그냥 집에 가자"
솔직히 다음에 언제 여길 다시 올진 모르겠지만 추워서 그냥 가야겠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들라크루아 묘는 다음에 보자.
묘지 출구를 찾는 동안 최근에 묻힌 묘도 봤고 중국인들의 묘도 봤다. 꼭 프랑스 유명인이 아니어도, 평범한 주민이어도 이곳에 묘를 세울 수 있나 보다
내가 출구에서 나오는데 젊은 사람들이 우루르 들어간다.
그들에겐 산책로나 공원 같은 곳일 테니까...
우리 아들도 묘지에서 씽씽이 타고 산책을 많이 했었다.
프랑스 남부에 살 때, 집 근처에 공원은 없고 묘지가 있어서 넓고 조용한 묘지에서 한적하게 산책을 했었다.
월요일에 동료와 이야기 중 이 묘지에 다녀왔다고 얘기하니
" 따뜻한 봄에 가야지 이 추운날에 거길 갔어? 봄에 가면 나무도 다 피고 꽃도 만발해서 너무 예뻐. 에디뜨 피아프 묘도 봤어?"
"에디뜨 피아프도 거기에 묻혔어?? 몰랐는데?"
"짐 모리슨도 못 봤겠네?"
"아 너는 가수들만 아는구나, 난 화가들만 알았어 "
" 봄에 꼭 가봐. 너무 예뻐"
다음엔 미리 묘의 위치를 확인하고 경로를 짜서 가야겠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가족을 하늘로 보내고
나 또한 묘지에 묻힌다.
묘지는 무서운 곳이 아니다.
살았건 죽었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