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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Oct 26. 2020

월드 오페라 데이 -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잘못된 기사에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2020년 WORLD OPERA DAY 를 맞아 10월 24.25일에 프랑스 내에 오페라 22곳을 무료 개방한다는 기사가 한 달 전부터 쏟아져 나왔다. 나는 올해 5월 오페라 무료개방일에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동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방문할 수 없었다. 오페라라고 모두 개방이 아닐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신문 기사를 모두 읽었다. 분명 오페라 르니에를 자유롭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24일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신문 기사를 다시 확인했다. 전에는 보지 못한 기사들도 있었는데 24일과 25일 무료 공연을 예약할 수 도 있었다. 애석하게도 25일 바스티유 오페라에서의 공연은 이미 매진되어서 예약할 수 없었다.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걸... 아쉽다. 확실한 건 오페라 가르니에와 오페라 꼬미끄 두 곳이 무료입장이라는 점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페라에 도착했다. 젊은 학생들이 기웃거리며 오페라 입구를 찾고 있었다. 가족들도 많이 오는 걸 보니 확실히 무료 개방인가 싶었다. 안내원이 나에게 창구에 가서 티켓을 끊으라고 한다. 프랑스는 원래 무료입장할 때도 예의상 티켓을 끊는다. 물론 티켓에는 0 유로라고 쓰여있다.

창구에 가서 내가 무료로 방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창구 직원이 말하길 시립 오페라단에서 잘못 기사를 낸 거라고 무료입장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무료입장인 줄 알고 왔지만 오늘은 무료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내가 황당해서 "내가 아침에 신문기사 다 확인하고 왔다. 너희가 분명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고 써놨다" 말했지만 "시립 오페라단이 착각한거다."라은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마디의 사과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을 때도 습관적으로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예의상 하는데, 프랑스인들은 자기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자기 탓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짜 본인들이 잘못했을 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창구 직원의 말에 황당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입장료 12유로 때문에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나마 12 유로면 비성수기 금액이라 저렴한 편이었다

 잠시 생각했다. 홍보글을 올린 시립 오페라단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내볼까 왜 일을 그렇게 하냐고? 전화를 걸어 따져볼까 너희들의 확실하지 않은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입장료를 내게 생겼다고? 전화해봐야 결론은 뻔하다. 전화받은 사람은 분명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고 누가 그런 글을 썼는지 모른다고 할 것이다. 환불조치 같은 건 당연히 없을 것이고 내 힘만 빠지고 내 건강에만 안 좋으니 그냥 넘기자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날 티켓을 구매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내 잘못은 아니고 돈을 내고 관람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야." 이렇게 말이다. 나중에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에 보니 무료 개방한다는 기사에 다들 좋아요를 누르고 Merci 라는 고맙다는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가 고맙다는 건지.... 무료 공연을 하는 것이 무료 개방인 건 맞다. 그러나  "자유롭게 입장"이라는 글을 볼 때마다 어이가 없다.


황당한 일처리에 화가 났지만 이왕 입장권을 끊은 거 즐겁게 보고 가야지 맘을 먹었다. 입구에는 그 흔한 팜플렛 하나가 없었다. 티켓을 보여주고 입장하자 여러 나라의 팜플렛 Q code가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말 code를 찍어 팜플렛을 핸드폰으로 읽었다.


 

제일 처음 피티아 수반이 나오고 화려한 계단과 천장이 보인다. 인터넷으로 많이 봤는데도 내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얼마나 웅장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지.. 한순간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 감탄만 나올 뿐이다. 베르사이유 궁을 다녀온 지가 15년이 넘었나 보다. 오랜만에 이렇게 화려한 장식들을 보니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 책 한 권 읽고 가고 싶었다. 이 장소가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국민들 세금으로 왕족들의 부를 채운 점이 화가 나기도 하고 저렇게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애를 썼을까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내가 이 공간 안에 있다는 게 황홀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교차되었다.


하루에 5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프랑스.

외국인 관광객들이 없어 그나마 조용히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오페라 극장 자체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그러나 천장에 그려진 샤갈의 작품은 어마어마하게 고 화려했다.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얼마 전 15년 만에 보수공사를 마친 레알과 퐁뇌프 다리 사이의 사마리탄 백화점이 다시 문을 열지 않았는가. 15년의 공사기간이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루이뷔통이 속한 LVMH 그룹의 백화점이기에 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오랫동안 잘 보수해서 몇 백 년 사용하자는 게 프랑스인들의 생각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기념품샵도 화려하다. 조명 하나에 860유로

오페라 극장이 지 않아서 계속 동선이 마주쳤던 어느 엄마와 딸. 엄마가 딸에게 계속 작품을 소개해주고 사진도 찍으며 함께 공부를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마치 작년에 나와 아들이 루브르에서 함께 했듯이 말이다. 오늘도 같이 오자고 했는데 아들에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엄마 혼자 다녀오라고.. 사실 아이들은 박물관 관람보다는 기념품 가게에서 장난감 하나 더 살지, 어느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 거 먹을지가 더 관심사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환경 내에서 문화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 곳에 머물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사실 언제 다시 이동금지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동 가능할 때에 돌아다녀야 한다.


프랑스는 현재 매주 목요일마다 국가 발표를 하고 있다. 2주 전엔 야간 이동 금지가 됐고 지난주엔 이동금지 구역이 39곳 추가되었다. 이번 주에는 밤 9시부터 야간 이동금지를 7시로 당긴다는 소리도 있고 4주간 봉쇄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어떤 발표가 나올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


발레 무용수 모양의 '디저티 만들기' 영상을 함께 올린다.

https://www.facebook.com/watch/?v=25201824338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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