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신 스페인 맥주
바르셀로나, 토요일 아침 커피를 사러 카페테리아에 갔는데 한 남자 손님이 오전 8시대에 맥주 한병을 자연스럽게 시켜 마신 기억ㅎㅎㅎ 보통 이렇게 아침에 마시진 않지만, 다들 자연스럽게 가볍게 많이 마신다.
결론 : 스페인 맥주 가격도 싸고 정말 맛있다! 테라스 바에서 날씨 좋은날 생맥을 적극 추천한다. 단맛 좋아하는 사람에겐 레몬생맥 끌라라 추천!
나는 스페인에서 제대로 술에 입문했었다. 2012년 여름, 산티아고 순롓길을 걸으며, 숙소에 도착해 샤워 후, 근처 바에 가서 맥주, 와인으로 피로를 풀었다.
그날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길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게 가능했던게 가격이 진짜 싸다.
생맥 작은 한컵은 1-2유로 사이
좀 큰거는 아무리 커도 5유로를 넘지 않았다. (이것도 대도시에서 이 가격)
그리고 정말 맛있다. 탄산이 살아 있는 느낌. 재료를 좋은 걸 쓰나. 정말 시원하게 맛있다.
대도시가 아니고 중소도시에 가면 아직도 술을 시키면 작은 타파스 (작은 안주) 를 무료로 준다.
타파스 Tapas 의 타파 Tapa 는 뚜껑, 덮개라는 뜻인데 술잔에 벌레 들어가지 말라고 위에 접시를 두고 간단한 안주거리를 주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들었다. 대도시는 안준다. 어느 시골 마을에선, 술을 사니, 내가 고기까지 고르면 그 자리에서 구워서 무료로 준다. 정말 푸짐한 술 문화이다. 보통 고기까진 구워주진 않지만 올리브 정도, 혹은 아주 간단한 안주거리를 준다. 그러니 스페인이 맥주가 발전할 만 하다.
또 유럽은 물이 석회수라 tea 차나 맥주가 발전한 것도 있다. 점식사때도 가볍게, 저녁에도 가볍게 마신다.
어떤 축제든 맥주를 판다. 이땐, 리유저블 컵 값(1-2유로)을 받고 생맥값 2유로 정도면 마시고 컵을 돌려주면 컵값도 돌려준다. 이런걸로 볼때 와인보다 좀 더 일상적인 주류는 맥주가 확실하다.
카페에서도 당연히 생맥 아니면 병맥으로 판다.
그러니 커피 마시고 싶으면 아무 바bar 에 들어가도 되고 맥주 마시고 싶으면 아무 카페 들어가도 된다.
그래서 스페인 맥주 단어를 조금 쓰자면,
맥주는 스페인어로 Cerveza 쎄르베사
생맥은 스페인어로 (한잔 기준)
una caña 우나 까냐 : 조그만 잔에 주는 생맥 (기분 낼때 마시기 좋다)
una copa de cerveza우나 꼬빠 데 쎄르베사 : 동그란 잔에 주는 생맥 (보통 이 정도가 적당)
una jarra de cerveza 우나 하라 데 쎄르베사 : 우리나라 500 생맥 잔에 주는 크기. 양은 500-1000 사이이다.
* una Clara 우나 끌라라 : 레몬 생맥 > 여성들이 특히 좋아함.
캔맥주도 싸다.
마트에서 사면 작은 한캔 50센트 ( 한 600원, 700원 정도) - 1유로 ( 1300원 정도) 이고 큰캔은 1유로 전후였다. 참고로 우리집 근처에 밤늦게까지 여는 파키스탄 슈퍼마켓이 걸어서 1분 거리에 있었는데 거기는 마트보다 더 싸게 작은 캔 50센트 / 큰 캔 75센트였다. 거기다 냉장고에 들어있었음 > 내 방앗간 되어 나중에는 불친절했던 주인 아저씨와 인사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맥주 브랜드도 많은데 내가 아는 것만 언급하자면
Estrella 에스뜨레야 (바르셀로나 베이스), Moritz 모리츠 (바르셀로나 베이스) ,Mahou 마호, Cruz campo 크루스 깜뽀 ( 스페인 남부 세비야 베이스) 인데 한국에는 편의점에서 빨간 맥주 Estrella 에스뜨레야가 들어와 있다. 스페인만큼 맛있는 건 아닌데 먹을만함.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모리츠랑 에스뜨레야 양조장이 도심에 있어서 가기 편하다.
모리츠만 가봤는데 레스토랑이랑 굿즈샵도 같이 운영하는데 거기 생맥이 정말 정말 맛있었음. (캔은 내 취향 아님) 그래서 스페링 여행갈 거면 양조장이나 양조장에 붙어있는 식당 가기를 추천한다.
일 끝나고 아이 하원까지 시간이 뜰땐 근처 바에서 쉬면서 조그만 까냐를 마시며 잠시 피로를 풀었다.
테라스에서 햇살 받으면 시원하게 마시면 기분 좋았다. 주말에도 아침은 아니고 점심부터 타파스 바에 가게 되면 맥주나 와인 한잔 정도는 했다. 아이 동반 가족이 함께 갈때도 상관없다. 내 생각엔 분위기도 중요한데 술 마시는게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일상속에서, 뜨거운 태양 밑 해변에서 시원하게 마시는 즐거운 분위기이다. 고주망태 취한게 아닌 이상, 한낮에 술을 마신다고 뭐라하는 사람도 없다.
맥도날드 뿐 아니라,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도 맥주를 파는걸?
날씨가 따뜻해서, 더워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스페인 북부 지방은 한국 못지않게 춥고 맥주가 발달한 아일랜드, 독일 이런 곳도 춥다.
독일 사람들은 마트에서 맥주를 병으로 한박스 (업장에서 보관하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사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는 걸로 봐선 유럽 자체가 술을 그냥 자연스럽게 마시는 문화라는 걸로...생각하고 있다.
(여기서부턴 지극히 개인 의견)
한국은 맥주가 맛없다
미안하지만, 이미 내 안에선 그렇게 결론이 남.
그래도 한국에 오니 맥주 브랜드가 다양해졌는데 생활맥주 브랜드에서부터 곰표, 버터맥주등등 많이 생겼는데 다 마셔봤는데 내 입맛에는 안 맞는다. 필스너보다는 라거체질이라 에일이 대다수인 생활맥주를 생각하면 더 취향차이 때문도 있다. 그나마 테라가 좀 괜찮고 해외 맥주도 에스뜨레야, 하이네켄, 독일 수사님 그려진 맥주(이름이 뭐더라..) 정도만 마신다.
캬~~ 시원한 맛이 없음.
그리고생맥도 나쁘지 않지만, 맛의 풍성함과 청량감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술을 생각하면 스페인이 생각나긴 한다.
싸고 맛있고 다양하니깐.
스페인과 한국의 술 문화를 비교해 봤을때, 나는 오히려 한번에 몰아서 밤에만 마시는 문화보다는. 가볍게 한잔 정도 함께 하는 문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도 풍류를 즐기며 한잔 마시고, 일하며 한잔 마시며 피로함을 풀지 않았나. 아! 한국에서는 콩나물국밥집에서 한잔 마실 수 있는 탁주가 그나마 비슷한 느낌이려나. 한국은 안주도 조금 헤비하다. 스페인은 식사할때 마시는 걸 제외하면, 술이 주가 될때는 간단한 올리브, 치즈. 하몽 아니면 그냥 마실때도 있다.그런데 한국은 맵고 짠 헤비한 안주여서 속이 좀 부대낄때가 있다.
한입거리 한국음식으로 안주가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