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브리지 연재를 마치며
"런던의 겨울은 정말 지독해. 나도 그랬어."
무기력하다는 제 말에, 런던에서 지냈던 친구가 해준 이 말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멈춘 지 오래된 연재를 마무리 지을 에필로그를 쓰지 못하고 오랜 시간 망설였던 핑계를 차가운 날씨 탓으로 돌려봅니다.
'런던 브리지'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분들과 새롭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신기한 경험이 있었어요. 오원식 님과의 인터뷰 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11월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제가 쉬고 있는 회사의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 기회 덕분에 오랜만에 친한 동료와 재회할 수 있었고, 비엔나라는 아름답고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게다가 현장에서 오원식 님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순간은 감동적이고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느 날 영국 친구에게 "일곱 명만 건너면 아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설명하니, 그는 "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는 개념을 자신도 들어본 적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분들 덕분에 또 새로운 분들과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 말을 실감했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참으로 작고, 연결의 힘은 그 작음을 뛰어넘는다는 것을요.
그렇게 연결된 분들의 소식은 때로는 제게 커다란 위안과 자극이 되었습니다. 부상으로 잠시 쉬고 있던 준혁 님이 무대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되었고, 진로를 고민하던 분이 런던의 유서 깊은 극장에 취직했다는 기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그러나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제게 큰 용기와 영감을 줍니다.
며칠 전, 저는 인문.교양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어 프로필 페이지에 예쁜 배지를 달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게 글을 계속 써나가라는 격려로 다가왔고, 덕분에 다시 이렇게 모니터 앞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이고 멋진 분들이 기꺼이 제 인터뷰에 응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한 분 한 분을 마음 깊이 했던 응원을, 이제는 저에게도 건네보려 합니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는 없지요. 비록 세상이 여전히 분주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울지라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좋은 이들과 따뜻한 연말을 보내시고, 새로운 해를 환하게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런던 브리지'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