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끄러우면서도 따뜻한 경험을 했습니다. 슬픔과 감사함 그리고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설킨,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청첩장을 하나 받았습니다. 삶의 방향은 다르지만, 그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해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친구의 큰형인 탁형의 결혼식이었습니다. 탁형은 형이 없는 제게는 욕심이 날 정도의 ‘형’이라는 단어에 꼭 알맞은 사람입니다. 저도 평소 “형님, 형님”하며 잘 따르는 탁형은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에 있는 제게 직접 청첩장을 전해주었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열리는 결혼식을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고, 청첩장을 받으며 다짐했습니다. 2~3달 남은 결혼식을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 일정을 조율하고, 누나에게 그 날 무슨 일이 었어도 차를 써야 하니 알고 있으라고 통보도 해놨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몇 달 전부터 고대했던 시간이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차를 끌고 4시간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가는 내내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 하고 있던 억눌린 감정이 목 위로 뿜어져 나오려고 했습니다. 불안했습니다. 곧 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와 탁형, 작은 형 내외, 친구의 부모님, 친구의 조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또다시 가슴속에서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스로 화장실에 들어가 다시 감정을 정리하고 진행되는 결혼식을 보기 위해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른쪽 구석 끄트머리, 있는지 없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결혼식의 진행을 지켜봤습니다. 아아, 결국은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눈가에 조금씩 맺히던 눈물은 저를 발견한 작은 형수님의 손길 한 번에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고, 입 밖으론 그간 억눌려 있던 흐느낌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예식이 진행되는 20-30분에 걸쳐 펑펑 울었습니다. 친구 가족의 잔칫날인 장남의 결혼식에서 부끄럽게도 감정을 주체 못 하고 말 그대로 뭣 빠지게 울어댔습니다. 그 와중에도 작은 형과 작은 형수님이 제게 “괜찮아, 괜찮아. 아이고 이 어른스러운 놈아.”했던 말이 또렷이 기억납니다. 그 따스한 말과 전해져 오는 마음이, 그 뜨거운 슬픔 속에서 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저는 대체 왜 그렇게 슬펐을까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고작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일까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저와 누나의 결혼식을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것이 떠올라서일까요. 아니면 친구의 가족이 너무 완벽하게 행복해 보여서였을까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정말 좋은 친구를 사귀었고, 그 친구의 가족 한 명 한 명이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