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반영 매매 가격 추이(1986. 01 ~ 2022. 10)
나는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른다. 투자자산으로서 매력이 있는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곧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내 집 하나는 장만해야겠지?, 하는 막막한 물음을 마음 한편에 넣어두곤 있다.
어디 지역에서 가격이 몇 억이 떨어졌네, 어느 아파트가 얼마에서 얼마가 됐네, 하는 부동산 관련 뉴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린다. 금리 이야기가 나올 때면 부동산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부동산 구매 시 많이들 대출을 끼고 사니 당연하다.
금리가 무섭게 오르니 영끌해서 산 부동산을 팔아야 할까?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니 무리해서라도 사야 할까? 혼란스럽다.
나는 혼란스러워 판단을 내리기 힘들 때면, 기준을 세운다. 기준을 세우면 판단을 내리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서 기준을 세울 자료들도 많다.
이번엔 1) 소비자물가지수와 2) 부동산가격지수를 이용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부동산 매매 가격 추이'를 통해 판단 기준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년/월 별 부동산가격지수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나누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물가를 반영한 실질 부동산 가격 추이를 알 수 있다.
1) 소비자물가지수(CPI)
2) 부동산가격지수
먼저, 위 표와 같이 통계청과 KB부동산 데이터 허브에서 데이터가 있는 1986년 1월부터 가장 최근인 2022년 10월까지의 데이터를 가지고 왔다. 부동산 유형은 편의를 위해 서울/전국, 주택종합/아파트 총 4가지로만 구분했다. 구분의 괄호 안의 날짜의 의미는 지수의 기준(=100)을 나타내는 시점인데, 두 데이터의 기준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2020년
부동산가격지수 기준: 2022년 1월
보다 편리하게 계산하기 위해 1986년 1월로 기준(=100)을 모두 통일했다. 위 표를 통해 1986년 1월 가격에서 2022년 10월 가격이 아래만큼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소비자물가지수: 362%
⊙ 아파트(전국): 625%
⊙ 아파트(서울): 788%
⊙ 주택종합(전국): 361%
⊙ 주택종합(서울): 426%
1986년 1월에 100원에 거래가 되던 물건이 2022년 10월에는 362원이 되었다는 얘기인데, 실제 물가와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서울 아파트도 다른 것들에 비해 상승폭이 크긴 하지만 1986년에 비해 8배 밖에 안 올랐다고?, 하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정확한 수치보단 같은 기준의 데이터를 통해 산출해낸 가격의 흐름(추이)에 집중하기로 했다.
위 표를 차트로 만들면 아래와 같다.
같은 아파트임에도 '서울 - 전국'의 차이가 뚜렷하고, 같은 지역임에도 '주택종합 - 아파트'의 차이가 뚜렷한 것을 볼 수 있다. 또, 비슷한 흐름으로 오르내리나 서울 - 아파트의 압도적인 상승폭이 눈에 띄고, 전국 - 주택종합은 물가를 반영하면 1986년과 매매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이 차트를 통해 2021년 말을 기점으로 시작한 근래의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과거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 보기로 했다.
검은색 라인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사건들이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대세 상승기,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대세 하락기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세계 경제 충격파의 영향이 즉각 반영되어 큰 하락폭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여느 투자 자산처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되 그 텀이 굉장히 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앞선 대세 상승기와 대세 하락기를 보니 이번 하락이 대세 하락기의 초입처럼 보인다.
위 기준에 따라 내린 결론은,
급격한 상승 뒤엔 급격한 하락이 온다.
집을 사야 한다면 서울에, 아파트를 사자.
실질적인 가치가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은 주택 유형/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주택 공급/통화 정책 등)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세 하락장이 이제 시작한 것으로 보이므로, 여유를 가져도 되겠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로, 어느 부동산 전문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부동산은 천천히 사자.'
마침 돈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