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맛집 ‘수리골추어탕’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금요일, 토요일 1박 2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왜 요즘 비는 금요일에 그렇게 오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도 첫 번째 목적지인 김삿갓 문학관을 찾아가는 길부터 비가 무척 내렸다. 그런 데다가 그곳에서 두 번째 목적지까지는 거의 산길로 이어졌는지라 빗길 운전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두 번째 목적지가 바로 강릉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수리골 추어탕’이다.
사실 지난번에 방문한 미당시문학관 글에 댓글로 내가 다음 나들이는 강릉 방면이라고 했을 때, 고향이 강릉인 유미래 작가님께서 그곳을 추천해 주셨다. 이종사촌 동생이 하는 음식점인데 ‘섭추어탕’이 맛있다고 하신 기억이 있어서, 어차피 강릉 방향으로 가는 길이므로 꼭 들러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창 강릉 쪽으로 가면서 생각한 것이 내비게이션상으로는 도착 예정 시각이 3시 8분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시각이면 브레이크타임에 걸릴 것 같았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는 아마도 브레이크타임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혹시 몰라 산길을 비호처럼 날아 도착 예정 시각을 거의 30분이나 당겨서, 2시 40분쯤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주인인 듯한 여자분이 나오면서 미안한 얼굴로 원래 브레이크타임은 3시부터인데 주문 마감이 2시 반이라 지금은 식사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순간 유미래 작가님이 남동생인지 여동생인지 말은 안 하고 그냥 이종사촌 동생이라고만 했지만, 그 동생이 여동생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주 그냥 유미래 작가님과 똑같은 판박이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음식점의 브레이크타임이야 어쩔 수 없는 사정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한 번 사정해 보았다. 저기 저 먼 서울에서 왔다느니, 소개한 사람 말이 워낙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그러는데 그냥 한 그릇만 먹고 가면 안 되겠냐고 불쌍한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사실 그런 부탁은 실례인 줄을 알지만, 우리는 다음 목적지가 있는 사람인지라 거절당할 것을 알고도 그냥 부탁해 본 것이다. 그러자 주인은 진짜 곤란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다. 원래 브레이크타임은 5시까지인데 4시 반, 아니 4시 20분쯤에 다시 올 수 있으면 그때는 식사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오히려 우리에 미안한 얼굴을 보였다.
우리는 더 이상 곤란하게 해드릴 수 없기에 그러면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발을 돌렸다. 사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목적지인 ‘매월당김시습기념관’과 ‘김동명문학관’이 음식점에서 차로 5분. 10분 거리인지라 그곳을 먼저 둘러보고 다시 온다면 시간이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단지 두 곳을 보고 다시 음식점으로 돌아와서 추어탕을 먹는다면 저녁 시간이 어중간해지는 것과 숙소로 가는 길이 조금 멀어진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음식점을 뒤로하고 ‘매월당김시습기념관’으로 향했다. 김동명문학관까지 돌아보고 음식점에 돌아오니 4시 반쯤 되었는데,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보고 밖에 있던 남자분이 다시 한번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라며 식사하기에 조금 이른 시각이라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아까 들렀던 사람이며, 주인분과 시간 약속을 하고 왔다고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서 섭추어탕 한 그릇과 메밀전을 하나 주문했다. 워낙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기도 했지만, 아내가 아직 추어탕에 입문하지 않았던 까닭에 잘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 추어탕은 한 그릇만 주문하고 대신 메밀전을 추가로 주문한 것이다. 그때 아까의 여주인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우리가 ‘섭’이 뭐냐고 물어보니 홍합의 강릉 말이 섭이며, 육수는 추어탕 육수인데 그 안에 홍합을 넣은 것이 섭추어탕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까는 정말 미안했다고 하면서 금방 준비하겠다고 주방으로 가셨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어도 우리가 정말 다시 올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아무래도 음식점 이야기인데, 음식 사진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내에게 추어탕 국물을 조금 먹어보라고 했다. 미꾸라지라고 하면 선입견이 냄새가 날 것 같았는데, 내가 추어탕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먹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추어탕집치고는 정말 음식을 잘하는 집이라고 설명하니, 아내도 그런 것 같다고 하며 처음 시도한 추어탕을 곧잘 먹었다. 메밀전도 어쩌면 그렇게 야들야들하게 잘 부쳤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맛있다고 하며 먹었다. 나도 원래 어머니가 강릉 사람이라 감자전도 자주 먹었고 메밀전도 곧잘 먹었었는데, 이곳의 메밀전은 내가 먹어도 정말 맛이 좋았다. 역시 유미래 작가님의 말을 듣고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추어탕과 메밀전도 그렇지만 밑반찬으로 나온 섞박지 맛에 반해서 조금 더 달라고 하더니 그것마저 싹싹 비웠다. 사실 음식점의 메인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반찬 맛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국룰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수리골추어탕은 추어탕이든 반찬이든 맛으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내는 처음이지만 나는 다른 추어탕을 곧잘 먹었기 때문에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천천히 그릇을 다 비우고 계산을 한 후 밖으로 나오니 여주인은 아까 밖에서 본 남자분과 야외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황급히 인사를 했다. 우리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며 인사를 하고는 차에 올라 숙소가 있는 양양으로 차를 몰았다. 끝까지 우리가 유미래 작가님의 소개로 왔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얼큰한 추어탕 국물이 빗속에 산길을 운전하고 온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