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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Dec 28. 2017

약자가 되는 순간

소중한 이 앞에선 우리는 꼼작 없이 약자가 되고 만다.


출근하는 남편을 웃으며 배웅을 하지만,

현관문을 닫고 나면 진지하게 두 손 모아 짤막한 기도를 하게 된다. 

짧은 하루지만 집을 나서는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혼자 중얼거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아무 탈없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보면 그 기도의 보답처럼 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특정한 종교는 없지만 매일의 이 짧은 기도는 내 안에 존재하는 불안을 달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대상이 사랑하는 자녀이든, 배우자이든, 부모이든, 연인이든, 내 목숨보다 소중한 이 앞에선 우리는 꼼작 없이 약자가 되고 만다.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고, 미래를 염려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     


우리가 약자가 되는 순간

그것은 진실로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그때부터가 아닐까?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더 많이 보이는 이불 밖은 위험한 요즘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그저 손 모아 무사함을 믿고 바랄 수밖에 없는 겸손한 자세가 되는 것이다.     



글·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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