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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Oct 27. 2022

아이 없는 삶

06. 키즈존의 이방인


한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제일 친한 친구가 버스 두 정거장 사이의 근거리로 이사를 왔다. 나는 친구와 가까이 살게 된 것이 좋았고 안 그래도 시간이 많아진 터에 베프가 가까이 이사를 오게 되니 반가움이 더 했다. 친구의 첫아이는 예닐곱 살, 둘째가 두세 살 쯤으로 육아에 집중을 할 시기여서, 나는 친구의 아이도 같이 봐주고 오고 가는 그런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 친구를 만나는 시간은 친구가 이사 오기 전보다 오히려 더 적은 횟수가 아닌가 싶게 적었다.

친구가 육아에 바빴던 것도 사실이지만 친구의 곁에는 늘 다른 친구들이 있었는데 산후조리원 동기, 유치원 학부모 모임, 놀이터에서 친해진 동네 엄마들까지... 친구에겐 나보다 육아에 대한 고민과 고충을 함께할 지인들이 넘쳐났다.

베스트 프렌드는 하나일 수밖에 없는 법. 절친에서 순위가 한참 밀려 버린 것 같은 기분에 내심 실망이 컸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항상 들려오던 그녀의 새로운 친구들 목소리에 질투심인지 서운함인지 모를 것들이 생겨났고 쌓여가는 섭섭함에 제일 친한 친구라는 타이틀은 색이 바래게 돼 버렸다.

직장이라는 곳에서 벗어나니 엄마라는 명함이 없이는 자연스럽게 스며들 곳이 주변에 마땅치 않아진 것이 사실이고 당시엔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아 결혼이란 과정의 공감대는 같이 공유하지만 엄마라는 동질감과 교류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 쉽지 않았다. 후로도 엄마가 된 또래들의 주된 관심사는 육아를 거쳐 온통 학교 교육, 입시 문제로 발전해갔는데 이런 모임에는 아예 자의 반 타의 반 끼지 않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이유들처럼 어쩌면 아이를 갖지 않은 남성보다 여성이 동성 사회에서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것은 사실인 듯하다.

돌이켜 보면 아이를 낳은 친구와 아이가 없는 친구가 그룹으로 나뉘어 묶이며 더 친밀해지는 관계가 본능적인 행동이며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 유무를 떠나 지속되는 드라마 속 우정 같은 걸 믿지 않게 된 나는 그렇게 육아로 묶인 엄마라는 사회에서 나는 조금씩 멀어져, 서서히 키드 존 언저리의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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