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디울 Oct 27. 2022

아이 없는 삶

08. 당신은 행복한가요?


몇 년 전 구독자에게 ‘행복하신가요?’란 짧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살면서 어디선가 한두 번 들어 본 것 같기도 한 이 질문에 살짝 당황하다가 그냥 “네, 큰 근심 없이 살고 있는 지금 행복한 것 같습니다”라고 어정쩡한 대답을 한 기억이 있다.

어쩌면 살짝 진부하게도 느껴지는 행복이란 물음.

사람들은 어떨 때 그런 감정을 느낄까 생각해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소중한 것을 유지하고 탐미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듯하다. 그 소중한 것은 가족, 친구와 같은 사람이나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이기도 하고 목표와 성취, 지성과 미모 또는 건강 같은 무형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런 행복이 깨질까, 혹은 행복에 다다르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이 불안이며 삶의 만족을 주었던 어떤 것을 실제로 잃었거나, 아예 이루지 못했을 때 불행하다고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대상은 보석 같은 아이들이라 여길 수도 있고, 아내와 남편, 부모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무엇보다 행복감을 주는 것이 물질일 수도 있겠다. 나는 각자의 이런 행복 요소를 부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행복감을 주는 존재는 각기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없다고 하면 불쑥 ‘인생에서 가장 귀한 애가 없다니 어쩜 좋아!’라는 인식이 너무 뚜렷이 보일 때가 많다. 그것은 거의 종교를 강권하는 사람들의 믿음과 비슷하다. 그만큼 내가 획득한 행복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불행할 것이라 속단하기 쉬운 것이다.

결혼을 한 상황으로서는 내게 남편이 아이만큼 귀한 존재이다 보니 마음속 한구석으론 비혼자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가 있었을지 모르고, 다른 면에서도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대부분 이러한 감정은 경험적 확신으로 굳어져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나의 시선으로 고정해 보기 쉬운 점이 되고 만다.

결혼을 해서 남편과 행복하다고 비혼자에게 쉽게 결혼을 권할 수 있을까? 혹은 ‘아이 기르는 일이 얼마나 힘들까? 아이 낳지 마세요’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을까?

비혼자가 가진 성취와 소유한 것의 가치를 모르고서, 또는 양육의 기쁨과 보람을 무시한 채

무작정 그런 생각을 한다면 정말 오만한 생각일 것이다. 거꾸로 아이 없는 부부의 삶을 온전히 나로 살아보지 못한 타인이 무작정 아이가 없어 불행할 거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 또한 나로선 선을 넘는 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이 내 경험에 비춰 똑같이 좋고 나쁨을 정량으로 공유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착각이다. 아이가 없던 것보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너무나 좋았다 라거나, 결혼을 하니 너무 좋았다 같은 주관적인 감정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진실이라 여기는 자세는 사람의 개성과 가치 다양성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행복은 각자 다른 모습이고 모두의 불행도 각자 다른 모습이지만 또 서로의 행복과 불행에 무관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대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글 · 그림 반디울

이전 07화 아이 없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