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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Oct 27. 2022

아이 없는 삶

09.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길


단순한 삶의 태도,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생활. 이것은 소유의 과정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자연스러운 비움의 과정일 것이다. 바쁘게 살아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을 늘 가지고 사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요즘 힘든 현대의 삶에 미니멀리즘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무언가를 가지면 생기는 행복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희생을 자연히 동반한다.

예쁜 가구를 들여놓으려면 돈도 필요할 테고 멋진 가구들을 위한 실내 공간도 필요할 것이다. 사랑에도 불안과 행복이 교차 반복되는 마음의 노동의 과정이 뒤따르고, 진급에는 때로 목숨도 걸어야 하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일만 해도 책임과 정성, 비용이 발생할 테고 말이다.

세상 이치가 이러니, 아이 기르는 일은 오죽할까? 모든 욕구는 거기에 따르는 각오와 노력, 대가와 희생이라는이라는 무거운 이면이 있고 보상과 기쁨 희망과 보람 등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자신이 가진 욕구에 회의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이러한 부정적인 모든 면을 감수하고서도 나의 욕구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나는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나는 아이를 갖는 문제에 관한 욕구가 차오르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아이를 가지는 문제를 접었다.

따라서 양육의 어려움과, 부모로서의 희생, 아이를 위한 금전적, 정신적 소비 등을 하지 않을 심플한 인생을 살 수 있었고, 한편 아이가 주는 교류와 사랑 정서적 만족이란 부분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굳이 감당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자발적인 비움을 실행한 것이다. 이 비움은 이미 채워진 것을 없애는 차원이 아닌 실재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욕망과 생각, 기대에 대한 비움이라 하겠다.

욕구는 어느 정도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법이어서 아이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우리 부부만을 위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데 유리한 점이 있었다. 양육의 부담 없이 일하며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해서 더 열심히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여유를 서로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 유무에 대한 큰 고민과 아쉬움 없이 우리만을 위한 소비와 노동을 한다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이 있었다.

부모가 되면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게 되고 무언가 더 이룰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 말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딩크의 미니멀한 삶으로 보면 그렇게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나를 위한 노력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일명 ‘엿장수 맘’의 자율성이 있는 반면, 부모로서의 책임은 거의 의무가 아닌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자발적인 마음이 충만하지 않고서는 둘 만을 위한 욕구를 메꿔 나가기도 힘든 세상에 굳이 마음에도 없는 큰 의무를 찾아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이런 면으로 본다면 진정한 삶의 미니멀리스트는 혼자 사는 삶이 아닐까? 누군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짊어지지 않은 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의 대상은 본인 뿐이니 말이다.

부부는 아무래도 서로의 인생에 잘못된 결정을 지을 부분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혼자일 때보다 좀 더 심사숙고하는 면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가 있더라도 결심을 하고 단행하는 데에는 불가능할 일을 없겠지만 그래도 그 중간에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삶의 좌표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건 꽤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아이가 없는 집은 가족 구성원이 둘 뿐이라는 단출함부터 실질적인 아이의 물건이 집을 차지 않는 점, 우리 둘만의 욕구와 더불어 아이에 대한 기대와 욕구까지 더해지는 정신적인 과잉까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있어서 생기는 정신적 풍요와 환희를 감히 과잉이라 말한다고 불편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 차오르는 것은 과잉이며 비우는 것이 맞는 것이란 생각이다. 원하는 사람에게 가서 채워지는 것은 풍요의 선물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이를 소유하지 않은 몸도 마음도 가벼운 자유로움 때문에 우리 부부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미니멀리즘 한 생활의 매력은 여전히 쏠쏠하다.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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