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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루시아 Dec 19. 2021

2021년 3차 문학 나눔 도서 선정

2021년 3차 문학 나눔 선정도서에 선정되다니! 왜?

2학기 기말고사 시험감독을 막 끝내고 부랴부랴 집 근처 소아과 병원에서 백신을 맞고 집에 도착하니 어깨가 뻐근했다. 쉬란다. 그래서 TV를 켜 놓고 보다 잠을 잤다. 다음날인 금요일 깨어나니 열이 살짝 났다. 머리가 아팠다. 이층 안방에서 문을 열고 일층을 내려가니 한기가 몰려왔다. 열이 나고 온 몸이 욱신거렸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물을 마셨다. 화장실과 침대를 오갔다. 밥때가 되면 남편이 밥을 챙겨 와 안방에서 밥을 먹었다. 한기가 드니 문을 열고 나가지 않았다. 오후엔 남편이 작은 쟁반에 과자를 챙겨 왔다. TV를 보며 과자를 먹으니 머릿속에서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났다. 입은 달지만 머릿속이 썼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서재로 간 남편은 키보드를 두드렸다. 안방 TV를 묵음으로 해두었으니 움직이는 화면과 문밖에서 남편이 신나게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가 합쳐져 가까운 남편과 먼 정치 세상이 함께 보이는 듯했다. 무슨 수상을 하지 않았다는데 수상실적을 적었다는 소리인듯했다. 아무리 먼 수상도 내 삶이면 진실인지 닌지 모를 수가, 증빙자료가 없을 수가 없는데 우스웠다. 본인에게 증빙자료가 남아있지 않으면 기관의 증빙자료가 남아있는 게 상식인데 왜 저리들 되지 않는 소리를 하는지 가관이었다. 묵음이 내 정신건강에 이로운 듯했다.  우리나라 정치는 아직 젊은가 보다. 정치가 성장하려고 저리 쓰는 걸 보니. 어이없이 화면을 물끄러미 보던 중이었다. 출판사에서 메시지 한통이 날아왔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연말을 맞이해 뜻깊은 소식 전해드립니다. 작가님 책이 <세종 도서 문학 나눔 도서>에 선정이 되었어요!!

수많은 출판사가 올해 낸 책들이 선정되기를 바라며 여러 권씩 지원하는데요, 저희 출판사에서는 작가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작가님 책을 선택하셨어요!!


여기 선정되면 공공기관에 작가님의 책이 배포되고, 배포하기 위해 출판사에선 지원금을 받고 인쇄를 시작합니다. 이에 대한 인세 관련 메일은 추후 저희 이사님이 보내주실 거예요^^


남편을 불렀다.

"여보, 여보 뭔 연락이 왔는데 [세종 도서 문학 나눔 도서]에 선정됐다네. 이게 뭔지 좀 알아봐 줘."

방문을 살짝 열고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은 컴퓨터에 빨려 들 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참 젊다. 아들이 나를 위해 옮겨준 의자에 앉은 남편이 온몸에 긴장을 하고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들이 챙겨준 의자는 내게 너무 컸다. 고정된 의자를 좋아하는 내 성향도 한몫했다.

"잠시만, 잠시만 이거는 마저 끝내고."


남편이 게임을 30여분 하곤 안방에 들어와 사이트를 들어가선 정보를 알려줬다.

"축하해 여보. 이제는 정말 작가님이네... 작품 심사를 통해 선정된 거니."

"그래? 책을 낸 것도 먼 일인 것 같은데.. 다시 이렇게 평가되니 좋네."

"땅콩 구워올게. 맥주 한잔 해야지. 기다려."

"백신 맞아서 열이 살짝 나는데 맥주 마셔도 되나?"

"한잔 마시는 건데 뭘~~"


남편이 땅콩을 구워 맥주 한 캔을 들고 와 축하주를 마셨다. 그리고 새벽 한 시경 열이 심하게 다. 한잔 마신 맥주 탓인지 백신 탓인지 모를 일이다. 남편은 걱정스레 날 바라보며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줬다. 열에 들뜬상태였어도 행복했다. 남편의 축하와 딸의 축하와 언니들의 축하 덕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열에 들떠 누워 있으면서도 도대체 심사위원들은 뭐 때문에 내 책을 선정했는지 궁금했다. '좋은 책들이 수없이 많았을 텐데 어떤 면이 좋았던 걸까' 하고 말이다. 모를 일이지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런 마크를 인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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