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섬타로} 모두를 위한 스물여섯 번째 편지
2024년 12월 3일 밤과 4일 계엄령이 내려진 대한민국의 새벽은 참으로 대단했다. 2022년 3월 10일에서 11일 사이 새벽, 대선 결과가 발표되던 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이게 대체 무슨 재앙인가 싶어 가슴 졸이던 일이 생각난다. 한 달이 넘도록 대선 결과가 믿어지지 않았고, 그 한 달이 지나서도 우울함은 가시지 않았고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로도 뜨끔하게 놀라고 가슴 졸이는 일들이 수 차례 있었다. 정치를 뉴스로만 접하는 많은 분들이나 홍준표 씨 같은 이들에게 어제의 계엄령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개를 쑥 드밀고 내 몸을 현장에 가져다 두고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 안에 엄청난 감격과 감동의 굴곡이, 역사의 현장에 내가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애쓰고 있는 국민들에 의해 민주주의는 쉼 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많은 커뮤니티에서 정치 이야기는 금기시된다. 그러나 당신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 정치는 당신 삶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당신 미래의 대부분의 나날들 또한 오늘의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실은 어제 내가 했던 선택의 결과이다. 정치는 당신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어떤 방식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지 결정하는 일이며, 당신이 낸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행위다. 당신 자신에게는 큰 혜택이나 피해가 없어 보일지라도, 당신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내 이웃이 행복해야 나와 내 가족, 내 아이들이 행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니까. 정치는 당신이 보고 듣는 뉴스의 종류와 질을 결정하고 당신 아이들이 받게 될 교육을 결정한다. 지금처럼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언론 집단들이 내보내는 뉴스들만 보게 된다면, 당신은 뭐가 잘못되고 있는지조차 영원히 알지 못한 채 속으며 착취당하며 평생을 살게 될 확률이 높다. 스마트폰, SNS, 포털사이트, 모든 미디어들이 당신이 쉽게 지갑을 열고 소비하길, 그 소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정신없이 돈을 벌도록 조장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든다. 정치적 리더의 철학이 이기적이고 얄팍하다면 내 주변의 모든 환경, 사람들과 시스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악하고 형편없게 변하고 만다. 지금 우리는 그 놀라운 현상의 현시를 보고 있다. 2022년 3월 10일 당신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는 어제 내려진 계엄령,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있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군과 미친 대통령을 보며,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뼛속깊이 느끼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은 바다에 핵폐기수를 버리고 있다. 기후위기는 심각하다. 정적을 제거하느라 계엄령도 마다하지 않는 대통령 놀음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힌다.
그러나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무도하고 어두운 시간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놀라운 현실. 그건 바로 민주주의에 걸맞은 높은 시민의식을 가진 우리 국민들의 존재다. 과거의 계엄령은 우리의 자유와 목숨을 앗아갔지만, 이번 계엄령은 높은 시민의식과 이재명 당대표와 여야 국회의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슬기롭게 극복해 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새벽인데도 국회로 달려가 장갑차 앞을 가로막고, 무장한 군인들과 대치하며 국회의원들을 지켜주신 시민들 덕에 참으로 든든했다. 결국 그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이다. 현장에 있지 않은 수많은 시민들도 인터넷에서 커뮤니티에서 진실을 알려가며 애를 썼다. 많은 유튜버들이 목숨을 걸고 국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계엄령이
내려진 서너 시간 동안 네이버 다음의 카페 등은 접속이 불가했고, 뉴스 댓글조차 차단되었었다. 계엄령의 서너 시간 동안 우린 언론의 통제를 받으며 집회 결사의 자유 없이 지냈던 것이다.
제공되는 공중파 뉴스만 믿지 마시라.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지지율이 왜 이토록 높아지는지 당신은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를 아직도 단순히 범죄자라고 믿거나,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생각에 갇혀 색안경만 끼고 있다면, 당신은 당신 인생 전체를 농락당하듯 기득권들의 의도대로 속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은 흑수저조차 없이 태어났다. 공장에 다니고 소년 노동자로 살던 시간을 잊지 못하고 여태 대다수인 그들, 노동자들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난 그런 사람이 우리의 리더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깝다.
이 일로 윤석열은 탄핵이 될까? 그럴 것이다.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이제 압력은 차오를 만큼 차올랐다. 엉성한 계엄령으로 국민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 윤석열은 스스로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기세등등하던 대한민국은 가장 거대한 산을 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윤석열은 우리 사회가 왜 발전하지 못하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참으로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이젠 제대로 바로잡아야만 한다. 언론도 검찰도 사법도 문제가 많은 법도 제대로 개혁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길 언제나 기원한다. 그리고 기원만 해선 안된다.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통해 내 주권을 행사하고 내 의사를 표현하는 일, 적극적으로 정치질에 가담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남들에 의한 정치에 지배받지 않고 내 권리를 당당히 찾으며 능동적으로 살아갈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가 탄 배는 출렁이고 위험해 보이지만,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향해 지금도 쉼없이 항해 중이다.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미친 선장은 힘을 모아 쫓아내자. 이 여행이 언제나 즐겁고 흐뭇한 것이길 나는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