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후와 알아차림

by Soopsum숲섬


봉봉이는 이전에 아팠던 이력 때문에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기면 발작 조짐을 먼저 보인다. 갇힌 공간을 참을 수 없어하고 벽을 따라 뱅글뱅글 돈다. 바깥에 나가면 조금 편안해 보인다. 대문을 나가 산책을 하자고 한다. 집에 있는 것만 좋아하는 나에게 끊임없이 자연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일러주는 존재답다. 평소에 말 잘 듣느라 많이 참고 있는 건가 싶어 미안해지고 안쓰럽다. 새벽의 오리온자리와 시리우스를 실컷 보았다. 밝은 구름과 빛나는 별들을 보며 봉봉이를 안고 있자니 몸서리쳐지는 추위 속에서도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작은 별은 못 보지만 아직 큰 별은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보이지 않아도 무수한 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내게 바짝 붙은 봉봉이의 작은 몸이 한없이 따스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언제나처럼 기대어 있다.


감기몸살과 체기는 비슷한 징후로 온다. 기운이 없어 더 잘 먹고는 싶은데 소화시킬 능력이 떨어지고 어딘가 막혀버렸다는 난감한 느낌이다. 코가 막히고 두통이 오고 한기가 들어 온몸이 아프고 무겁다. 한동안 눈뜨고 행하는 모든 행위에 정성을 기울여야 가까스로 균형이 맞춰진다. 그제야 제대로 내 몸을 굴릴 수가 있다. 몇 주 내내 체해있었던 것처럼 힘이 든다. 추운 방에 홀로 있는 시간은 당분간 금지다. 고양이 둘과 봉봉이와 N과 한 방에서의 공동생활이 시작되자마자 오랜만에 육지에 간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 서로 1도만, 0.7도만 사랑을 보태거나 힘을 빼도 그 상황을 비켜갈 수 있다. 잘못될 것 같은 예감, 안될 것 같은 불안 앞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할 때, 그 일을 해결하거나 피하거나 돌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은 받아들이겠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사건의 징후를 미리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게 되는 일 같다. 불안과 예민함이 살아가는데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숨쉬기부터 몸도 관계도 일상도 세계도 끝없이 알아차리고 유지하고 보수하려는 정성이 필요하다. 균형과 조화를 위한 정성스러운 마음가짐 혹은 그 마음이 습관이 되도록 연습하는 일을 사람들은 명상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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