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장점? 이렇게나 긍정적인 우리가 안쓰럽다.

by 단팥

나 오늘 예쁘다는 말 처음 들어봤어!


친구가 호들갑스럽게 톡을 날렸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신은 예쁘지 않은 치아와 교합 때문에 때문에 평생 턱이 길다, 말상이다 이런 서러 을 듣고 살았는데 코로나 이후로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그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예쁜 눈을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끝나도 나 마스크만 쓰고 다닐까 봐, 히히.


오랜만에 외모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신이 난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블루인가 싶을 정도로 마스크 때문에 짜증도 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나날들이 힘겨워 있던 터에, 예상치 않은 친구의 기쁜 마음은 나에게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했던 이른 봄, 여름이 되어서도 마스크를 쓰면 어쩌나 하는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더위 속에서도 우리들은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매일을 보내야 했다. 이제는 마스크와 거의 한 몸이 되어 지내고 있는 요즘, 이렇게나 낙천적인 우리들은 코로나의 희박한 긍정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사실 난,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얼굴 표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마스크의 장점을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퇴근길에 마스크를 푹 올려 쓰면, 표정을 보여주기 싫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느 sns 피드에서도 보았는데 가게 점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진상인 손님 앞에서 굳이 미소 지을 필요가 없어서 마스크가 참 좋다고 했는데 그 말 무척 공감이 갔다.


일 년에 두어 번 지독한 감기에 시달리던 우리 엄마도 마스크를 쓰셔서 오히려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신다. 친구의 아이도 환절기면 감기 때문에 해마다 응급실을 들락거렸는데 신기하게 올해는 무사히 지나갔다고 한다. 떤 지인은 아침마다 립스틱 색깔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탈화장'이 너무 편하다고 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출근할 때 기미와 주름을 가리느라 팩트를 수없이 두드려대는 시간이 절약되니까.

남의 입냄새에 굉장히 예민한 우리 딸아이도 '요즘 마스크를 쓰니 다른 사람의 입냄새가 50퍼센트는 줄었다'라고 했다. (학원 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는 좋았지만 담배냄새와 밀크커피가 섞인 입냄새로 좁은 강의실의 수업을 버티려면 그간 많은 인내가 필요했단다. ) 사람 많은 곳이라면 질색인 선배 한 명은 아직도 카페며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처럼 넘쳐나지 않아서 좋다는 말 했다.


역병이 온 지구를 휘감고 놓아주지를 않고 있지만 우린 그 와중에도 이렇게나 긍정적인 생각들을 주고받는다. 그래도 난 마스크의 장점은 이제 그만 찾으련다. 박한 장점보다 로나 때문에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작년에 보았던 연극 무대의 벅참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고 시끌벅적하고 청량한 10월의 밤거리를 마스크 없이 쏘다니고 싶다. 아이들이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그 모습도 보고 싶고 놀이터의 꼬맹이들이 마스크 없이 시원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노는 모습도 보고 싶은 건, 아마도 나만이 가진 바람은 아닐 것이.

이젠 티끌만 한 코로나의 장점 말고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대로 숨 쉴 자유를 다시 되찾고 싶은 바람이다. 정말로.


keyword
이전 10화금수저도 하지 못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