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오징어게임> 잡담 글
짧은 영화 잡담글_<오징어게임 / 오징어게임3,2,1>
_지긋지긋한 한국 전통민요 '개연성타령'에 대해
미움받을 용기로 끄적여보는 사담_ 소.신.발.언.
이건 까는 글도 칭찬하는 글도 아녀
스포주의
무더운 여름,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출발 전에 묵혀놨던 오징어게임2를 정주행하고 여행 이후 집에 돌아와서 오징어게임3를 완주했다.
끊어서 본게 아니고 오징어게임1을 보고 한참 지난 상태에서 오징어 2,3를 한 큐에 몰아봐서 그런지 난 흐름 안끊기고 시류에 휩쓸리지도 않고 꽤 재밌게 봤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결과부터 요약하여 말하자면 '난 나름 재밌게봤다'
사실 오징어게임보다는 오징어게임 이후에 파생된 수많은 밈들을 더 재밌게 보고 있긴 하다.
쏟아지는 혹평들과는 별개로, 문득 나의 소소한 의견과 난립하는 의견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_눈에 띄던 인물에 대해_<남수, 때노스>
남수. / 남규요.
헤이 남수 / 남규요.
남수. / 남규요.
냄수우~ / 남규요.
캬아~ 물건 하나 찾았다 싶은건 역시나 남수가 아니었을까.
남수 얘기를 하기에 앞서 솔직히 난 오징어2 당시 타노스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는게 딱히 공감이 가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는데 왜?' 창작활동을 하는데에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 느꼈다.
극 안에서 비교적 평면적인 캐릭터들은 대부분 극 중 내러티브에서 장치적으로 소비되는 '극단적인' 악역인 경우가 많다. (ex. 백억좌, 타노스 등등)
플롯 상 어떠한 사고를 쳐서 다음 전개의 트리거를 건드려주는 것은 극단적인 악역들만큼 가용하기 편리한게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인물상은 나쁜 놈일지언정, 시나리오 작가에게 있어선 가장 말 잘듣고 착한 놈이라는 것이다.
타노스는 아주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캐릭터인데, 개차반같이 굴던 그는 조금은 더 입체적인 남수를 낳았다.
낳았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 하다. 타노스 자체가 남수의 한 면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남수도 엄청 입체적인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예측이 어려운 시한폭탄같은 '악의 입체감'이 있었다.
남수의 연기력이 크게 일조한 것 같다. 질감이 두터운, 보는 맛이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여담으로 오징어2에서는, 아싸리 개양아치같은 타노스는 뭔가 귀여운 구석이 있었는데, 어설픈 양끼에 반달같이 구는 남수가 너무너무 비호감이었다.
억텐일진호소인 같았달까.
하지만 3에서 포스트타노스가 된 남수는 새로운 결의 인물이 탄생되지 않았나....
_눈에 띄던 인물에 대해_<정배,대호>
정배는 전형적인 호감형 캐릭터였다.
이름부터 도박하면 큰 돈은 따지 못 할 느낌이 강하다. VIP 중 222번에 배팅한 역배형님보고 배워야 함.
어떻게 보면 바다의 협객이 생각나기도 하는 이름이라 그야말로 모태 의인 캐릭터가 아닌지.
인상깊었던 건 캐릭터성도 캐릭터성이지만 무엇보다 정배 역할 배우의 연기력이 너무 찰진 것~
오겜1에도 적은 비중이지만 눈에 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동시에 초장부터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성기훈키우기의 희생서사가 그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각박한 게임장과 다소 과할 정도로 답답하고 텁텁해진 성기훈의 캐릭터서사에 숨통을 트여준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인 인물이었다.
시종일관 디지몬 암흑진화의 무게감을 보여주던 성기훈의 대항마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 정배형님은 MVP라 할 만하다. 사실 이렇게 독립적으로도 매력있는 캐릭터가 다소 장치적으로 소모가 된게 아쉽기도 했다. 활용이 덜 된 인물들을 이용해서 서라운드적으로 좀 더 시너지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대호는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갔던 캐릭터 3명 (대호, 정배, 재준누님) 중 한명이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상황과 캐릭터성이 난무하는 극 중 환경에서 가장 현실에 밀접하지 않았나하는 사견을 끄적여본다.
'사회성과 사교성, 그 이면의 허장성세와 무리 속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가장 현실 속 인간을 통찰하여 반영한 인물같아 정이 갔다.
어찌보면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걸 잘 해석한 강스카이의 연기력까지.
진짜 파워테토인간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인간은 무리를 짓고 그 군집속에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대호는 많이 무서웠을 것이다. 자신의 무리를 짓거나 좋아보이는 무리 속에 들고 싶었을 것이다.
밖에서 만났다면 싹싹하고 귀염둥이같이 재밌는 친구였을 것 같은데... 참 씁쓸했다. 성기훈 최종 암흑진화의 재료가 되다니.
_눈에 띄던 인물에 대해_<금자, 트랜스재준>
사실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쓴 글인데 인물별 감상평을 끄적이다보니 재밌어서 계속 글이 길어진다.
원래 하고 싶던 이야기의 중심엔 장금자가 있다.
인물로서의 금자 이야기를 하자면.... 연기 미친...... 용식을 안고 통곡하는 장면은 진짜 연기 구력과 내공을 마구마구 펼치는 연기무쌍 장면인 듯 했다. 물론 극 중 내내 보여준 연기력도 상당했고...
오겜2에서 모자(머리에 쓰는 모자 아님ㅎ)가 참가했다는 설정부터 탄식이 나왔는데, 오징어게임의 무자비하고 불쾌한 설정은 이들이 가장 큰 주축이 되었다고 본다. 1편의 부부참가자들 처럼.
솔직히 시청자로서의 나는 임산부, 할머니, 트랜스젠더 3인방이 제일 불안하면서 든든했다. PC의 가호를 등에 지고 있는 3인방이었지만 결국..... 시나리오적으로 나름대로 그들 각자의 마지막은 꽤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갓재준누나는 미쳤다. 재준좌는 그저 빛-
간지원탑. 짠함 원탑.
솔직히 적녹색약만 아니었으면 빼박우승이었을 텐데, 참가복장이 초록색 추리닝이어서 아쉽다.
_이 외 기타 잡담
* 분명 추레하고 후줄근해야 할 극 중 이진욱은 뜬금없이 잘생겨서 기분이 묘했다. 극 중 이진욱의 캐릭터가 플롯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이슈가 있었지만, 난 너무 잘생겨서 이질적이었다는 이슈가 더 컸다.
* 배우들이 아는 얼굴들이라는 것은 정말 무섭다. 관객들에게 학습되거나 예측되는 내러티브의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극독이다. 티켓파워가 이미 확보된 시리즈인 만큼 좀 더 얼굴이 덜 알려진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을 구성하는게 어땠을지. 물론 이것도 아주아주 작은 아쉬움이다.
* 최이사 아조씨 왜케 귀엽냐
* 이진욱과 박규영의 서브플롯은 아쉽다는 의견이 많은데, 공유와 함께 시즌 2의 강렬한 신호탄을 날려준 건 인정한다. 감독이 나름대로 트위스트를 준 것 같은데, 등장은 파격적이고 좋았지만 오직 파격을 위해 선구상한 인물들인 듯, 계륵인 플롯이 되어버렸다.
* 황형의 도시어부 서브플롯은 종장에 이진욱 서사와 같이 합쳐서 잔반처리를 잘 한듯하다. 이 두 서브플롯은 오징어게임의 약간 아픈 손가락이었다.
* 성기훈은 시즌1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빨간색 숲튽훈머리 상태로 게임에 참가했어야 했다. 목숨을 건 게임인만큼 기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타노스의 보라색 vs 성기훈의 빨간색 구도로 갔으면 아주 폭력적인 구도가 나왔을 듯하다.
게임 중간마다 투표도 OX가 아니라 '블랙사파이어 탕후루 vs 스테비아방울토마토 탕후루'로 했어야 한다.
* 로스로리엔에서 출장 온 갈라드리엘. 개쎄긴 하더라.
* 솔직히 무당아줌마 공짜로 사주봐준다고 하면 다 줄서서 차례기다리고 거대파벌 모았다.
* 타노스는 사실 참가자 중 ydg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까
* 임시완의 입체적인 캐릭터도 사실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정말로 외로웠을 캐릭터다.
연기로 보여준 최고조의 감정연기가 아주아주 인상적이었다. 1편의 상우형이랑 한 판 붙는 구도도 재밌었을 것 같다.
* 사실 오겜안에서는 모두가 악역인 것이 관전포인트이다. 사실 이 곳의 모두는 서로에게 빌런이었다.
* 성기훈의 캐릭터성은 1편부터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관객은 주인공인 그의 서사를 따라가게 되니 극 적으로는 답답할 수 밖에. 성기훈은 나약한 사람이고 간사하기도 하다. 근데 누구보다 인간의 도덕적 존엄성을 지긋지긋하게 설파한다.
노골적으로 살아있는 휴머니즘 어필형 메시지기계처럼 활용한 것이 지탄을 받는 것 같고, 이 점은 동의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성기훈은 선하지만 동시에 답답하고 이율배반적이고 위선적인 면모도 1편부터 적지않게 보여줘왔다.
그런 약해빠진 사람이 게임의 진상을 다 아는 두번째 참가자로서, 자신의 선택과 결과들에 지나치게 다치고 두려워하며 계속 헤까닥하고 병크터뜨리는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오류적인 인물은 아니었다고 본다.
결국 마지막에는 각고의 번뇌끝에 결국엔 자신의 선을 관철하는 걸로 최후를 보여준 것 뿐이고.
근데 그거랑 별개로 시청자로서 볼 때 극을 지나치게 답답하고 킹받게 만드는 캐릭터 성인건 확힐히 맞다.
그 놈의 개연성.
세상만사는 다차방정식이다.
From. J.M Kim (특이사항 : 문과임)
SNS의 발달과 난립하는 플랫폼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창구를 만들었다.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는 정보와 토론의 장이 되었지만, 동시에 낮은 질의 정보에 노출된다거나 (지금 내 글처럼), 다수의 의견에 자연스레 편향이 된다거나..... 기타 등등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현상들도 많다.
거기서 한국사회는 더더욱 소수의 의견을 힘찍누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남들과 다른 감상평을 올리기가 겁이 난다. 일종의 프로파간다의 온상은 대중과 가장 밀접한 창작물평가에서도 첨예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 상황이 백억좌 도시락좌랑 다를게 뭐야.
사실 오징어게임은 저어~~~어어기 외딴 섬에서 개최되는게 아니다.
유튜브 댓글에 '그거 아닌데~' 하나 달면 이어질 대댓글들이 곧 오징어게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없음. 그래서 나의 조그만한 브런치에 개인적인 의견을 소심하게 끄적거려보는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인 개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부분의 경우, 개연성이라는 것은 창작자에겐 잔인하고 속터지고 억울한 말이고, 관람객에게는 속 편한 무지개반사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유의지가 있고, 각자 나름대로 다양한 가치를 나열하고 그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 가치들이 상충하는 순간에 인간은 갈등을 하고, 이 갈등의 순간이 작품에 투영되면 그것이 극 중 어떠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임시완은 자신의 아이, 자신의 여친, 큰 돈 욕심, 수없이 피를 묻힌 자신 등등 여러가지 요소가 그를 점점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아간다. 이렇듯 갈등상황은 결국 타인과의, 혹은 개인 안에서의 가치상충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아주 근본적으로 사람은 입체적이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극 중 인물들의 행동에 1차원적인 당위성을 따지면 세상의 모든 창작물들이 오류투성이일 것이다. 빵을 훔친 장발장은 그냥 사회에서 암적인 절도범일 뿐인 것이다.
난 오징어게임이라는 IP가 사실 개연성 설명의 치트키라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장은 인간들의 이상한 행동들이 거의 다 설명이 되는 극한의 상황이다.
측은지심이 강하게 드러나는 비교적 유순한 캐릭터들은 오히려 내면적인 갈등에 가장 취약하기에 더욱더 첨예한 기행을 보인다.
금자할머니도, 성기훈도. 난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입체감에서 오는 느낌이 더 좋았다.
그 인물들의 감정흐름도 시청자가 납득하기 유려하도록 서사를 이끌어가야하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난 그것도 딱히 부족하지 않았다고 본다. 나름 상황과 서사나열을 잘 했다고 보는데, 전반적으로 그저 수를 읽듯이 현상을 받아들이는 요즘 기조가 반영된 비판여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소신발언)
사실 감독이 해야하는 일이 있듯 관객도 해야하는 일이 따로 있는거라....
다양한 해석들을 모두 존중하지만 내가 볼 떈 좀 애매한 비판들 같았다.
나에게 개연성의 오류라는 것은 예를 들어..... 반지의제왕에서 프로도가 샤이어 대군 90조 대군을 조직하여 모르도르를 함락한다거나, 사도세자가 코인에 대박이 나서 조정을 매수하여 반대세력을 역뒤주 숙청을 한다던지.
진짜 인간의 심리적역학, 물리적역학의 저 너머에 있는 내용을 개연성 오류라고 표현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플롯의 구조적인 문제는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우겨넣은 느낌이 드는 서브플롯은 큰 물줄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지 못했다.
러닝타임에 할애한 시간만큼 시나리오적으로 가치있는 장면들이 아니었다는 점.
관객들의 배신감은 여기서 가장 크게 오지않았나 싶다.
근데 난 진짜 막눈이라 나름 도시어부 스토리도 재밌게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상 최후의 승자는 황 형이 아닌가? 배타고 바다 관광하다가 상금 개꿀.
후다닥 급조한 듯한 느낌이 드는 조악한 서브스토리들은 좀 더 매력있게 살리려면 살릴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긴했다.
좀만 굴소스나 멸치액젓이나, 치킨스톡같은 거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출처 : https://www.maxmovie.com/news/441105
나에게 나름대로 한 시기의 즐거움을 준 시리즈였다.
긴 호흡의 작품을 다 시청하면 극 중의 세상과 이별하는게 참 아쉽다.
작품은 1편의 대성으로 이후부터는 상업성과 작품성이 착 밀착해서 한 몸이 되어버린 작품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너무 팔려버린 오징어게임의 속편들을 제작하며 창작자의 세상이 얼마나 제약받았을까?
어딘지 아쉬운 구성들에는 이런 고충들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시청자들이라는 존재는 그걸 고려할만큼 다정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나같은 시선의 관객도 있다는 걸~
창작자의 고뇌를 나름 느끼면서 봐서 그런가? 시리즈가 끝나니 왜 이리 시원섭섭한지.
나는 참가하게 되면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될까도 생각해봤는데 백억도시락좌와 임시완과 민수의 중간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나도 갖고싶다. 456억.
영화 <오징어게임3,2,1> 잡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