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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송이 Apr 08. 2023

잘못됨을 알았을 때 멈췄어야 했다

[틱톡일기 27] 3월, 한달 회고하기

지난 한달 동안 나는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웠고 행복했으며, 무엇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가


나는 굉장히 뻔하고 규칙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리듬과 패턴이 깨져 나 스스로에게조차 심리적으로, 행동적으로도 예측이 안되었던 적이 많았다. 지난 달인 3월, 하루하루가 내겐 너무 48시간같아서 고작 한달을 두달처럼 보냈다.  왜 그랬을까를 고민하고 고민했을 때, 결론 내린 것은 이거였다.


 내가 잘못 쏘아올린 작은공이 큰공으로 굴러져서 돌아온 것

사람을 믿는 게 어려운 나는, 믿음이 시작되면 강해지고 믿음에 저버리면 강하게 포기한다. 극단적인 믿음의 결과는 항상 화살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 이번 케이스도 유사했다. 외부적으로는 광고주를 상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면서도 모든 것이 어긋났던 3월을 솔직한 감정과 경험으로 공유해보겠다.




우선, 3월에 집행했던 1건과 집행을 드롭했던 1건의 광고 캠페인이 있었다. 두 건 모두 광고주의 갑질이라는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세부적으로 전자는 명확하게 갑질을 갑질로서 이겨낸 케이스이고 후자는 갑질에 끌려다니다가 깨닫고 벗어난 케이스이다. 하나씩 파보면서 회고를 해보기로 하자.


나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사이의 중개인 역할이다.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바람잡이 역할을 하다가도, 크리에이터를 대변하며 쿠션 역할도 한다. 이런 포지션에서는 둘 사이의 조율이 핵심이다. 즉, 소통을 잘해야한다. 캠페인 시작일이 다가오면서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선공개하여 수정 및 피드백을 받는 절차가 있었다. 합의된 가이드라인에서 제작한 영상을 제출한 크리에이터와 영상에 만족하지 않는 광고주의 줄다리기가 시작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광고주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수없이 뱉어냈고 이때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무엇을 놓쳤는지 계속 고민하였다. 광고주가 주는 피드백은 날카로웠고 단어 또한 매웠다. 피드백도 두루뭉실하여 몇번이고 수정하여 확답을 받았다. 그렇게 1차 수정 후 공유했고 역시나 통과가 되지 못했다. 2,3차 피드백 과정이 진행되면서 크리에이터도, 중개인인 나 역시도 점점 이해가 어려웠다. 급기야 크리에이터들이 잠수타는 일이 벌어졌다.


각 잡고 어디서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나를 찾아보았다. "성향"이라는 단어와 광고주가 밀고자 하는 키워드에 대한 크리에이터의 낮은 이해도가 문제였다. 사람마다 인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특히 틱톡 영상 제작을 부탁할 때는 확실히 해야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키워드와 단어가 주는 어감을 몰라 콘텐츠의 방향이 잘못 나왔고, 광고주 역시 충분한 해석을 주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잘못된 정보를 담은 광고 영상이 세상에 떠도는 것보다 제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진짜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 강해졌고 캠페인 전주 금요일 밤, 광고주와 크리에이터들과 불타는 소통을 하게 되었다. 광고주의 수정 사항을 세부적으로 받았고 영상 내 수정사항이 가능한 부분, 전체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부분 등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명확하게 수정 피드백을 확인하고 크리에이터들에게 전화, 문자, 카톡 등을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들은 가지각색이다. 가볍게 응해주는 사람, 해준다고 하고 잠수타는 사람, 수정 내내 찡찡거리면서도 다 해주는 사람 등등.. 진짜 서로의 퇴근(?)을 위해 나는 애절하게 부탁하고 크리에이터들은 계속 '맞나요?' 확인하면서 서로가 갑자기 그 시간만큼은 한몸, 한뜻이다. 그렇게 받은 수정 영상을 다시 제출하고 정정하고 다시 피드백받으면서 그렇게그렇게.. 캠페인을 마무리했다.


해당 과정들을 보면, 수정의, 수정의, 수정을 거듭할 정도로 얼마나 소통이 안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그 과정 또한 따스하지도 않았고 "잘하면, 다음 광고건도 줄 수 있다"라며 하는 말들이 의지를 꺽었다. 캠페인을 결정하는 주체는 광고주겠지만, 캠페인을 선택하는 건 나다. 조건을 붙여 기회를 준다는 듯이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응원의 한마디가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였다.


다른 드롭(Drop) 결정을 한 캠페인은 이름만 말하면 다 알만 한 그런 회사의 브랜드이다. 그래서 커리어적이면에서도 상품면에서도 탐났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계약서와 선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캠페인 이행을 진행했던 것이 가장 큰 잘못된 판단이었다. 예외된 규칙에는 이에 따른 댓가가 찾아오더라.


새로운 입찰시스템의 도입으로 계약 이행을 2주 이상 끌다가 2주 이후 법률팀을 통해 보내온 계약서도 계약 범위를 넘어서 갑질 계약서였다. 계약서 수정 작업으로 1주를 끌다가 캠페인이 다가오는 시점에서야 나는 깨달았다. 중견기업의 갑질의 형태를. 투명하지 않은 프로세스와 서로가 떠미는 업무방식이 인지도 있는 회사라는 명목으로 나를 가스라이팅했던 것이다.


그렇게 3주간 무의미한 캠페인을 이행하면서 나는 말라갔다. 내가 뱉어낸 단어들과 확언들이 자신없어졌고 내부 리소스가 쓸데없는 곳으로 3주간 소비되었다는 죄책감도 있었다. 잘못됐음을 인지했으면 멈춰야했다. 잘못된 첫단추는 빠르게 인지하고 빨리 풀어야했다. 해당 브랜드 측 대리, 부장과 통화하고 연락하며 기록을 남겼고 대표님한테도 자문을 많이 구했다. 피가 말리는 한달이었다.


남들에게 좋은 소리만 하고 싶다는 그런 욕심을 내려놓고 강하게 요구했다. 프로세스 이행절차를 지켜달라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하나씩 짚어줬다. 그들이 항상 그렇게 해오던 패턴들로 누군가들은 당했겠지만, 나는 따라가고 싶지 않았고 내 스스로한테도 잘못된 결정을 정정하고 싶었으니깐. 그렇게 캠페인 2주 전에 나는 과감하게 드롭 결정을 했다. 멈추는 것이 두려웠는데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대표님은 처음부터 조언해주셨는데, 왜 나는 인지를 못했을까. 지휘봉이 있다고 막 휘둘렀을까 가만히 고민을 해봤다. 개인의 욕심과 학습된 갑질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었다. 백번 천번이고 드롭을 할까말까, 나중에 혹여 내 커리어가, 해당 브랜드와의 관계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등등 다 부질없는 걱정이 나를 더 옳아매며 힘들게 했던 것이다.


이렇게 웃었다가도 화냈다가도 한숨쉬다가도 고개를 젓다가도 다시 웃게 되는 만감이 교차하는 한달을 보냈다. 체력 소비도 크고 감정 소비는 더더욱 크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 어쩌면 내 자신이었다. 정말 수고했다.. 내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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