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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Jul 06. 2024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심규선(Lucia),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_부디

오늘은 이 브런치북에 연재하는 요일이 아니지만 휴일을 맞이해서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와 함께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적어본다.


"한 달간 민원에 시달렸다"… 부산 40대 장학사 숨진 채 발견 | 중앙일보 (joongang.co.kr)

지난주 우리 학교 작년 담임 장학사였던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민원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요즘 시교육청 교원인사과는 교사들의 민원이 수도 없이 들어온다고 한다. 오죽하면 교사들 근무하는 시간에는 민원 전화를 받는다고 일을 할 수 없어서 교사들 퇴근하는 시간인 16:30 이후에 일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까. 요즘 장학사들은 또 너무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니 친절한 사람들에게 더 함부로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누구한테 말해야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일이 빨리 해결될까 알기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업무 담당자에게 말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해결해 줄 만한 부장교사 등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또 그런 부장 교사는 그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다. 주변에도 보면 학교와 학생에게 관심이 많고 일을 열심히 하며 애를 쓰는 사람이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자기 의견을 말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동료 교사나 관리자랑 부딪히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작년에 장학사 시험을 통과하여 올해부터 장학사 업무를 맡게 된 선생님과 어제 통화를 하게 되었다. 같은 일을 하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고, 그런 연대가 있을 때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게 결론이었다. 그 장학사님이 안 좋은 생각을 했을 때 옆에 믿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 친구, 동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자살을 보도하는 기사 대부분의 마지막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제발 이 거친 파도가 날 집어삼키지 않게. 부디 그대 나를 안아줘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제발 이 거친 바람이 나를 넘어뜨리려 해.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나는 언제부터인가 생물교육과 동기를 만날 때나 친한 동료 교사들을 만날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서로 어떤 것이 자신의 학교 생활을 힘들게 하는지 한 마디만 해도 이해하니까.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같이 행복해하고 슬퍼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뭐 다른 집단도 그렇겠지만 교사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자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업무도 못하고, 수업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럴수록 옆에 자신이 믿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꼭 필요하다. 나도 이제 중견교사니까 후배 교사들, 동료 교사들, 선배 교사들과 잘 연대하여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겠다.


https://youtu.be/lV0h6954hmA?si=b0ZDmyRd2h7pJ03K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제발 이 거친 파도가 날 집어삼키지 않게

부디 그대 나를 안아줘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제발 이 거친 바람이 나를 넘어뜨리려 해

저기 우리 함께 눈물짓던

그때 그 모습이 보여

이젠 눈이 부시던 날의 기억

그래, 그 순간 하나로 살 테니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이제 잡은 두 손을 다신 놓지 마, 제발


그대 이렇게 다시 떠나가는 날

이젠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우리 이렇게 헤어지면, 언젠가는 또다시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아줘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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