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생물의 프랑스인 남자친구
몇 년 전에 집에 에어컨을 사기 위해 집 주면 엘지 베스트샵을 방문했다가 첫 번째 학교에서 가르친 문과 제자를 만났다.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랑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아직도 내가 수업 시간에 들고 들어온 노트북 화면에 있던 샘이랑 외국인이랑 찍은 사진이 너무 선명하게 기억난다고 해서 속으로 '무슨 사진 이야기 하는 거지? 내가 외국인이랑 찍은 사진을 노트북 바탕 화면에 해놓은 적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시릴 니콜라이랑 찍은 사진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 관람과 전시회 가기, 영화 보기 다 모두 좋아한다. 대학생이 된 이후 서울을 오가며 본 뮤지컬도 많을 정도로 마니아인데 그때 내 노트북 바탕 화면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로미오 친구로 나오는 시릴 니콜라이와 공연장 밖에서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어 한 동안 노트북 바탕 화면에 해 놓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시릴 니콜라이를 모르는 아이들이 이 사람 누구냐고 물어봐서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내 남자친구고, 프랑스인이야."라고 말해버렸고, 아이들은 프랑스인이면 어떻게 대화하냐고 해서 쿨하게 "영어로 하지~"라고 대답해 버렸다. 아이들은 우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사귀는 프랑스인 남자친구라니 하면서 놀라는 눈치였지만 설마 농담이 아닌 진담으로 이걸 받아들이겠어하면서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 사건이었다.
2년 차 정생물은 교직 생애 처음으로 고1 여학생 반 담임을 하고 있었을 때로 스승의 날에 모든 아이들이 편지를 써서 선물로 줬는데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그 편지를 읽어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내 프랑스인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빵 터진다. 프랑스인 남자 친구 사귀는 거 좋겠다, 부럽다 또는 영어로 프랑스인 남자와 연애를 하다니 대단하다, 결혼을 꼭 해라, 결혼을 해서 아기가 나오면 아주 예쁠 것이다 등등 스승의 날 축하 인사 등의 멘트보다 프랑스인 남자친구와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응원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걸 농담으로 안 받아들이고, 진담으로 받아들여서 편지에 쓴다고?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서 부모님께 우리 담임 선생님 프랑스인 남자 친구 있는데 영어로 대화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아이도 있었다. ㅋㅋㅋㅋㅋ 이 일 이후로 나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10년 차 때도 고2 때 담임했던 우리 반 귀요미 2명이랑 고3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다가 "너희 졸업하면 미국 여행 같이 가자. 나는 영어를 잘 못하니까 돈을 좀 더 많이 내겠다." 하면서 웃으면서 농담한 적이 있는데 그 귀요미 중 한 명이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어머니께 졸업하고 친구랑 정은경 선생님이랑 같이 미국 여행하기로 했다며 말씀드린 걸 알게 되었다.
아래는 내가 뮤지컬 보고 기다렸다가 찍어서 이 분들 뜨기 전에 내가 내 남친짤로 장난치던 사진들
뮤지컬 배우 박건형, 조정석 ㅋㅋㅋ 조정석은 지금 너무 떠버려서 속이기 힘들지만 아직 박건형 배우님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남자친구라고 제법 속이면서 이야기했었지 ㅋㅋㅋㅋㅋ
나는 얼마 전 아는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나의 강점 검사에서도 1위 강점으로 유머(쾌활함)가 나온 사람으로 2년 차 때 아이들에게 거짓말 안 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그때뿐 장난치는 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뒤에도 계속 아이들에게 진담처럼 농담을 말하면서 장난을 많이 쳤다. 나의 1위 강점 유머(쾌활함)에 적혀 있는 설명을 보면 '당신은 웃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신은 모든 상황의 밝은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라고 되어 있다. 맞는 말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발표를 할 때는 애들 꼭 한 번은 웃겨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했고,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했는데 선생님이 된 지금도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야 할 때가 생기면 샘들이 한 번은 웃게 해야 되는데 하면서 언제 어느 포인트로 웃기지를 생각하니까 ㅋㅋㅋㅋㅋ
물론 모든 수업에서 아이들을 웃게 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럴 수 없지만 암튼 나는 내가 한 말로 남들이 까르르 웃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ㅋㅋㅋㅋㅋ 2층 교무실도 정은경이 있는 곳이 곧 시끄러운 곳이다라고 할 정도로 내가 교무부에 가 있으면 거기가 시끄럽고, 내가 예체부에 가 있으면 거기가 시끄러웠는데 내가 5월 1일부터 병가를 들어가고 난 뒤 교무실은 아주 조용하다고 하셨다. ㅋㅋㅋ 웃을 일이 없어서 다 교재연구만 한다고 ㅋㅋㅋㅋㅋ
제목에 쓴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 지키고 싶지만 내 성격 상 장난을 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농담 티키타카가 되는 사람을 좋아한다. 농담을 했는데 진담으로 훅 들어오는 사람과는 대화를 오래 할 수 없다. 그래도 이제 중견 교사가 되었으니 거짓말을 안 하면서 웃고 장난치고, 다른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정생물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