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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Oct 02. 2024

수영이 너무 좋은데 수영을 하려면 1등을 해야 해요

영화_4등

오늘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이다. 이번에 3개의 영화 예매에 도전했지만 다 실패했다는... 그래도 취소표 줍줍을 기대해 보면서 오늘은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 4등을 소개하려고 한다. 4등이라는 등수는 나와 인연이 깊은 등수인데 내 기억에 나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도 내신 전교 4등이었고, 생물교육과를 졸업할 때도 4등이었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대학을 수시 전형으로 갈 때 중요했고, 사범대 졸업 등수는 그 지역에서 임용고시를 치면 그 성적이 바로 반영되었기 때문에 중요했다.


결코 공부를 못한 등수는 아니지만 4등이라는 등수는 뭔가 애매한 등수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도 3등까지 메달을 받을 수 있고, 대부분의 대회에서 3위까지 수상을 하게 되므로 4등이라는 등수는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느낌을 가장 크게 받는 등수가 아닐까? 4등을 하게 되면 잘했다는 칭찬보다는 다음에는 조금만 더 잘하면 되겠다는 응원을 받는다는 느낌.


수영을 좋아하는 준호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대회만 출전하면 늘 4등을 한다. 준호를 1등으로 만들고 싶었던 엄마는 준호에게 "4등? 너 때문에 죽겠다. 진짜 너 뭐가 되려고 그래? 너 꾸리꾸리하게 인생을 살 거야?"라고 말하면서 준호를 압박하던 중 잘 나가는 악명 높은 코치를 고용한다. 그 코치는 체벌을 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높은 등수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너같이 욕심 없는 애들은 1등을 못한다면서 준호에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수영 훈련을 받은 준호는 생애 첫 2위를 기록하지만 그의 몸은 멍투성이다. 엄마는 코치가 준호에게 체벌을 가하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계속 수영을 하게 하는데 어느 날 아빠가 코치의 체벌 사실을 알게 되고 수영을 그만두게 하자고 부인에게 말하는데 그때 준호 엄마는 "자기야, 나 솔직히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라고 말한다.


수영이 아무리 좋아도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계속 수영 선수를 할 수 없는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는 영화, 4등. "엄마, 난 수영에 소질이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해. 엄마는 정말 내가 맞아서라도 1등만 하면 좋겠어? 내가 1등만 하면 상관없어?"


< 시놉시스 >

1등만 기억하는 잔인한 세상,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4등이 뭐, 나쁜 건가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만 나갔다 하면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 하지만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의 닦달에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를 만난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회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 가게 해주겠다'라고 호언장담한 광수는 ‘엄마’에게 연습 기간 동안 수영장 출입금지 명령까지 내린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연습은커녕 항상 PC방 마우스나 소주잔을 손에 쥔 못 미더운 모습의 광수. 이래 봬도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의심 반, 기대 반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수영 대회에 출전한 ‘준호’의 기록은 '거의' 1등! 1등과 0.02초 차이로 생에 첫 은메달을 목에 건다.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준호’네 집. 그런데 그때, 신이 난 동생 ‘기호’가 해맑게 질문을 던지는데...! “정말 맞고 하니까 잘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 거야, 형?” 동생의 말에 시퍼렇게 질린 얼굴처럼 멍투성이인 열두 살 ‘준호’의 몸. ‘준호’는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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