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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시선 jungsee May 13. 2024

주인공 소개: '타우'가 소개하는 '리브'

새신랑이 소개하는 새신부




우리 92년생 동갑내기 부부는 2023년 7월 15일에 예식을 올리고 같은 날 밤 두바이행 비행기를 탔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일단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우리 부부를 소개한다.


우리는 결혼 전, 네이버 블로그 '리브앤타우'를 운영했다. 이 블로그엔 우리의 결혼 준비과정이 적혀있으니 혹시 궁금하면 찾아보길 바란다. (지금은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린 지 한참됐다.) 우리의 블로그 명이 '리브앤타우'가 된 배경은 황도 12궁, 즉 별자리 때문이다. 아내는 10월에 태어난 천칭자리(Libra/Lib)이고 나는 5월에 태어난 황소자리(Taurus/Tau)이다. 결국 봄에 태어난 남편과 가을에 태어난 아내가 여름에 결혼했다. 글로 써보니 꽤나 로맨틱해 보인다.


그럼 나, '타우'가 아내 '리브'를 소개해보겠다.


1. 리브는 놀리기 좋다.

나는 연애할 때부터 매일 리브를 놀리는 맛으로 살아간다. 그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몰라? 착한 리브는 내가 치는 장난을 항상 큰 리액션으로 받아준다. 매일 이렇게 장난을 치며 살 수 있을 거 같다.


2. 리브는 슈퍼파워J이다.

리브의 MBTI는 ENFJ이다. 인간 INTP인 나와는 다른 면이 종종 있는데, 특히 계획적인 면이 그러하다. 내가 '리브와 결혼해야겠다!'라고 처음 생각했던 점도 이런 계획적인 리브의 행동 때문이다. 우리는 21년 11월 12일부터 연애를 시작했는데, 22년 1월이 되자마자 리브가 나에게 물었다.


앞으로 우리의 인생을 계획해 보자!


그렇게 리브와 카페에서 30년 후, 20년 후, 10년 후, 먼 미래부터 근 미래까지 그려보니, 나는 당장 결혼을 해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삶에 이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획 플러팅을 아주 제대로 당했다. 그런 리브가 이 신혼여행에선 나에게 여행 계획이라는 큰 임무를 맡겼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 내용은 뒷 장에서 이어 소개한다.


3. 리브는 예측 가능하지만 종잡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야기의 시점은 결혼 직전, 스튜디오 촬영이 끝나고 다이어트의 압박이 조금 줄었을 때이다.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불던 3월 초, 나는 자동차 정기 검진을 위해 연차를 썼다.

리브는 연차를 쓴 김에 한강에 텐트를 가져가서 피크닉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자기는 퇴근을 하고 합류할 테니 미리 텐트와 돗자리를 챙겨 놓으라고 신신당부했다. 별생각 없이 자동차 트렁크에 피크닉 용품을 챙기고 정비소에 자동차를 맡겼다. 그리고 오랜만에 생긴 평일의 자유에 필름 카메라를 들쳐 매고 돌아다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근데 갑자기 왜 피크닉이지? 리브가 뭘 준비했나??!'


앞서 설명했듯이 리브는 슈퍼파워J이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피크닉을 가자고 한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셜록 홈즈의 팬으로서 빠르게 추리해 본다.


'리브가 연애 500일 기념 이벤트를 준비했구만!'


추리 두뇌가 회전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자동차 점검이 끝나고 리브에게 전화해서 퇴근 여부를 물어봤다.


"퇴근은 했는데... 피자가 먹고 싶어서 주문했어! 근데 여기 픽업밖에 안 된다! 내가 가져갈게!"


100% 리브가 뭘 준비했다. 무언가 일어날게 분명했다.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면서 리브를 픽업하고 한강으로 갔다. 그리고 은근슬쩍 떠봤다. 빨리 피자 먹자!


"아직은 안돼! 피자 먹기 전에 내가 집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찾은 게 있는데 이거 같이 들어보자!"


순간 셜록 홈즈 팬의 추리 두뇌가 다시 빠르게 회전했고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프로포즈 준비했어?


이게 입밖으로 나오다니...하지만 아무리 봐도 500일 기념 이벤트보단 프로포즈였다. 카세트테이프는 너무 개연성이 이상하잖아.

그래도 리브가 준비한 프로포즈는 내 추리 두뇌도 예측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리브가 준비한 카세프 테이프에는 음성편지와 개사한 노래를 부른 리브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고, 이 목소리는 리브가 스케치북에 내려쓴 편지와 함께 들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리브가 픽업한다는 피자를 열어보니 페퍼로니로 Will you marry me 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짭조름한 페퍼로니가 달달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선물이야. 뭔지 절대 못 맞출걸?"


음... 아이패드 프로?


역시 리브는 예측 가능하다. 이 똘똘하지만 눈치 없는 추리 두뇌가 또 정답을 맞혀버렸다.

사실 리브가 나를 애플 매장에 데려가서, 아이패드 프로가 일반 패드와 뭐가 다른지 물어볼 때 이미 눈치챘다.

이렇게 나는 종잡을 수 없는 리브를 예측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간다.




앞선 표현들로 리브를 다 표현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진행될 우리의 신혼여행기를 즐기기에 리브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기회가 됐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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