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녀 교육의 시작은 자기 방을 갖게 하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못하는 것이 이것이다. 젖먹이 때야 어쩔 수 없이 엄마 옆에 두고 자지만, 내 주변을 살펴보면 아이가 하나이거나 막내일 경우에 초등학생이 돼서도 엄마 옆에서 재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거의 10년을 아이가 부모 혹은 엄마랑 같은 방을 쓰게 되니 이런 아이가 자립적인 아이로 성장하기는 요원하다. 서양 친구들은 심지어 젖먹이 때부터 아이를 다른 방에 재우기도 한다. 오래전 인도 친구가 밤에 아이가 기저귀에 오줌을 쌌을 때 알려주는 알람장치를 한국에서 사다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나는 처음에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다. 당시만 해도 우리 부부는 그 부부가 어린아이에게 너무 냉정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열 살이 다 되도록 부부 침대에서 아이를 재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막내는 우리가 인도에 가면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자기 시작했으니 만 두 살부터 따로 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이 철칙처럼 지켜진 것은 아니다. 매주 금요일은 온 가족이 한 방에 모여 자기도 했다. 아이들이 좀 더 커서는 세 아이들끼리 금요일이나 휴일 전날이면, 함께 한 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다가 자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삼 남매가 나름 부모를 떠나서도 서로 친밀한 데는 그때 추억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아이가 자기 방을 어려서부터 갖는 것은 많은 유익을 준다. 그중에 첫 번째 유익은 책임감이 키워진다는 것이다. 자기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자기 이부자리를 펴고 개고, 자기 방을 정리 정돈하는 일은 책임감을 키워주는 중요한 습관이다.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자기가 책임지는 것으로부터 책임감이 키워진다. 두 번째 유익은 잠자기 전, 한 밤 중에 깼을 때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기 혼자만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통해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매우 유익하다. 부모와 친밀하지만 종속적이지 않고, 부모의 돌봄을 받지만 어느 공간과 시간에서는 자신이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매일 경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는 자기 방을 가지면서 사적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나면, 자기 침대에 가서 잠을 청했다. 첫째는 우리 부부가 녹음한 오디오 북을 이어서 듣다가 잠에 들었고, 둘째는 손전등을 켜고 이불속에서 책을 더 읽다가 잠에 들곤 했다. 셋째는 엄마, 아빠의 "잘 자라"라는 말에 곧바로 잠에 들곤 했다. 자기 만의 사적인 공간과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이들은 혼자 있는 연습을 한다. 나도 어렸을 때 어쩔 수 없이 혼자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혼자서 전쟁 영화를 여러 편 찍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상상력은 그때 길러졌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자기 방을 가지면 좋을까?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한 방에서 계속 잘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우리 경험에 비춰보면, 늦더라도 아이가 젖을 뗐을 때 즈음인 두 돌이 지났다면 따로 방을 써서 재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우리 첫째와 둘째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반강제로 방을 따로 쓰게 되었다. 막내는 인도에 가면서 방이 세 개인 집에 살 수 있어서 두 돌이 지나서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자게 되었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훨씬 수월하겠지만 아이가 혼자라도 너무 늦지 않게 자기 방에서 자게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하나의 유닛(unit)으로 보고 자신을 또 다른 유닛으로 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엄마와 자신을 하나의 유닛으로 보고, 아빠를 또 다른 유닛으로 보기 쉽다. 이것은 부부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잘 돌보는가를 통해서 사랑을 배우지 않고,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얼마나 우선순위를 두는가를 보면서 사랑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