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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Jul 12. 2021

아빠 새벽부터 뭐해?

주말 5시 반이 되면 저는 몰래 집을 나갑니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전에는 배드민턴 가방을 챙겨서 나갔고

코로나 19 때문에 실내 체육이 힘들어진 이 상황에서는 축구화나 자전거를 챙겨서 나갑니다. 

혹시나 잠들어 있는 여자 셋이 깰까 봐 조심조심 살금살금 움직여서 집에서 몸을 빼냅니다. 

분명히 제 명의로 되어 있는 집인데... 왜 내 집에서 내가 이러고 있지? 다음에는 더 당당하게 나가봐야겠어 라고 다짐하지만 주말 아침이 되면 뒤꿈치 각도를 자연스레 올립니다. 


 결혼하기 전에 저는 '올빼미형' 인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밤늦게까지 친목 도모하는 것을 좋아했고 티브이를 보거나 pc를 밤늦게까지 하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는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좀 달라질 필요가 느껴졌습니다. 결혼 전에는 혼자 살았으니깐 나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는데 결혼 후에는 집에 항상 다른 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일찍 일어나게 되었어요. 주말 아침에 곤히 늦잠을 즐기려는 아내 곁을 이불이 바스락 거리지 않게 침대가 삐그덕 거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8시... 7시 반... 7시... 이제는 4시까지 당겨졌습니다. 


그럼 4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냐고요?


4시부터 5시 반까지는 책을 보거나 글을 씁니다. 미국 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으니 미국 시장을 둘러볼 때도 있고요. 나중에 두 딸에게 전해줄 금융 경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인 연습을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뭔가를 하는 습관은 확실히 몸에 밴 거 같아요. 


 왜 이렇게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떠냐고요?


딸들이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딸들에게 모범을 보여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거든요. 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칫, 아빠는 그렇게 안 하면서 왜 우리한테만 그러는 거야 라는 말을 도무지 할 수 없는 아빠, 아빠도 저렇게 하는데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제 부모님이 저를 참 많이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것은 맞지만 저는 부모님이 책을 읽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티브이를 보거나 주무시는 모습만 집에서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 제가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게 부모님의 영향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많이 해보았었어요. 물론, 핑계가 될 수 있겠지만. 


 10월 말이 되어가자 밤은 더욱 길어지고 아침 기온은 더욱 낮아졌네요. 이불을 박차려다 멈칫하게 되고 집 밖으로 나가려다 움찔하게 되는 그런 계절이 점점 다가오지만 관성처럼 계속 하루를 축적해 보려고 해요. 제가 더 멋진 아빠, 멋진 사람이 되어 있으면 제 딸들도 더 멋져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새벽부터 부산을 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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