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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지고 싶을 그 아이 이야기

by 자 상남자

작년에 우리 학교로 전학 온 학생 중 소위 말하는 시설에 거주하는 학생이 2명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설은 아마도 고아원이 아닐까, 커다랗지만 다소 황량한 건물에 아주 어린아이부터 중학생 정도까지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그런 곳이 아닐까. 그런데 그 중 한 학생에게 사정이 생겨서 직접 가정 방문 차원에서 가본 그곳은 옛날 느낌의 2층 단독 주택에 아이들이 4명, 엄마라고 불리는 사회 복지사분들이 2명 거주하는 그런 가정집 비슷한 곳이었다.


가정 방문을 하게 된 이유는 전학생 중 한 명이 학급에서 폭력적인 언행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학급 학생들을 위협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인데, 가정 방문을 통해 알게 된 그 학생의 스토리는 더 안타깝고 거칠었다. 그 학생은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시설로 옮겨지게 되면서 보호자라고 불리는 사회 복지사 분들에게 집착과 같은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그 복지사분에게 칭찬을 받는 등의 애정 어린 행동을 받게 되면 그 아이들에게 바로 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엄마라고 불리는 그 복지사분에게 집착하다 못해 목을 조르는 듯한 행동을 했고, 다른 복지사분들과 주변 남자 어른이 도움을 받아 겨우 떼어낸 후....결국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폐쇄 병동까지 가게 되었다고 했다. 남자 어른에게는 다소 꼬리는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자 어른에게는 그렇지 않기에 같이 지내는 것이 버겁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해 같이 지내는 친구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하셨다.


작년 2학기에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된 학생은 6개월간의 치료를 마치고 한 학년이 진급이 된 상태에서 3월 말에 등교를 시작했다. 그런데 두 달 남짓 생활을 하다 보니 같은 증세가 또 발생하게 되어 5월 말부터 다시 6개월 정도를 병원에게 입원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경우 출결과 진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학적 담당인 나에게 담임 선생님이 여쭤보셨다.


1년 출석 일수가 191일이라고 하면 그중 2/3에 해당하는 127일은 등교를 해야 진급 조건을 충족하게 되는데 이 학생의 경우 입원으로 인하여 결석일수가 64일이 넘게 되면 진급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같은 나이 학생들은 한 학년 위로 올라갔는데 그 학년은 해당학년에 남게 되고, 그러다 혹시 같은 증세로 인해 병원 입원을 또 하게 되면... 또 해당학년에 남게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게 될까 하는 업무적인 측면의 곤란함, 그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 한번 버려졌던 아이를 다시 병원으로 내보낼 때 느꼈을 사회 복지사 분들의 한숨,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되었다는 안도감 등이 한꺼번에 나에게 몰려왔다.


일상적이지 않은 이런 상황이 교직경력 20년 차가 되어가지만 아직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모두를 위한 최선이 될 수 있을까?


많은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특별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교사로서 모든 아이들이 그저 평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부모님이 해주신 밥 먹고 학교와서 친구들이랑 별탈없이 지내다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서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그런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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