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4월 7일 첫 공연 관람 @남산예술센터
가면 속에 숨은,
고개를 허리까지 숙인,
뒷걸음질 치는,
불행
벗어버리고 싶은,
내뱉고 싶은,
치밀어 오르는,
불행
목 뒤에 달라붙은,
차마 놓을 수 없는,
되풀이되는,
불행
입 안에 털어넣는,
잘근잘근 씹는,
꾸역꾸역 넘기는,
불행
억 소리 나는,
주먹에 담긴 - 발로 차이는,
탕 하고 쏘는,
불행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춤으로 떨어내고 싶은,
쓰러지는 - 떨어지는,
불행
줄거리를 위한 대사는 없는 개념극 '불행'.
관객은 무대 뒤로 입장해 무대와 객석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배우들 사이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무대와 객석 어디에서든 진행되는 불행을 의지대로 따라다니며 관람할 수 있다.
극이 시작되면 가면을 쓴 배우들은 돌아다니며 다시 자리를 잡고
천천히 가면을 벗고 각자 혹은 더불어 불행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관람만 가능할 뿐 그들을 어찌할 수 없다. 모든 불행을 다 볼 수도 없다.
이미지에 압도되고 불행에 할 말을 잃어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한 시간 반, 중간중간 흐르는 팝송, 엔카,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형식의 연극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귀.국.전> 3편은 매 작품이 4일만 공연해서 아쉽다. 이 작품은 전석 매진이라는데 나중에 꼭 다시 만나봤으면 좋겠다.
표지 및 본문 사진 두 장은 서울문화재단 제공, 마지막 사진은 커튼콜(?) 때 찍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