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로젝트100이라는 파일철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육아를 하게 되니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시간관리다.
스스로 일정관리를 할 줄 모르는 아동을 전담으로 케어하다 보니,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를 놓치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탓이다. 그래서 큰 틀에서 시간계획을 세워놓고 어쨌든 그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이에게 관심을 쏟다 보면 정작 내가 뒷전이 되기 쉽다. 일기쓰기, 독서하기, 공부하기, 연습하기 등등 당장의 생존과 관계없고 사소하지만 나를 이루는 여러 것들이다. 그래서 조금의 시간만이라도 내서 해 보겠다, 다짐해보지만 그 결심이 오래 유지되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다.
지난 시즌 카카오프로젝트100 시즌에 참여해서 방구석에서 매일 전시를 보다 보니 멍하니 딴생각 전문인 내게 이게 딱이다 싶었다. 매일 알림 하나 맞춰두고 무엇인가 하기. 내가 원하는 무엇인가가 없으면 만들기. 그래서 이번 시즌은 직접 시작했다. 매니저를 하려면 다른 것들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 여러가지를 시작했다. 시사지 읽기, 나에게 하루에 하나씩 질문하는 백문백답... 이렇게 하고 나니 파편적인 딴 생각들이 설 자리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다른 딴 생각들은 좀 더 멍한 시간에게 양보한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돌아오며 오늘의 주제를 생각한다. 오전에 시간이 나면 쓴다. 시간이 없으면 염두에 두고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 밥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밥을 먹는다. 하교 픽업을 간다. 와서 간식을 챙겨준다. 이때 시간이 나면 또 쓴다. 매니저니까 내일의 주제를 써 두어야 한다. 함께 놀다 씻기고 잘 준비를 한다. 너무 오래 염두에 두기만 하다 인증을 놓치면 '아쉽'게 되니 놓친 것들이 있으면 누워서라도 인증을 마친다. 그러면 목표 없이 보내던 하루하루가 정리된 생각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동기부여는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미리 주말의 주제들을 올려두었다. 바쁠 것이 예상될 때, 아님 여유가 있을 때 미리 해둘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묘하게 안정을 준다. 이번 시즌이 지나고 나면 그냥 나만 묘한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알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