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얼리 Sep 03. 2020

글쓰기가 어려울 때

가까스로 확보한 오후 다섯시 반

두 번째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이번에는 멀고먼 해남으로 잠시 거처를 옮겨 기거하고 있다. 


멍때리는 시간은 여전히 소중하나, 넷플릭스 유튜브 팟캐스트 왓챠가 나의 시간을 점점 더 많이 침해하고 있다. 일상이 바빠질 수록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은 멀어져간다. 바쁜 일상이 일상적이던 그 일상이 아닐 때는 더하다. 키보드는 멀고 펜은 무겁다. 생각은 짧고 단편적이다. 


단편적인 생각이 너무 쌓여만 가서 머릿속은 고급 레스토랑의 쓰레기통처럼 익어간다. 뭐라도 적어서 분류배출하면 좋겠으나 나의 피곤한 눈은 습관적으로 국물에 소금 넣듯 다른 볼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모바일 디톡스를 위해 선물받은 이북리더기를 켜게 되는 꼴이 풍요로이 우습다. 




지난 2월부터였나, 100일 동안 카카오프로젝트100 베타시즌2에 참여했다. 


이건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라 나에겐 과분하다, 고 생각했지만 때놓친 프로젝트들에 호기심은 생기던 터였다. 

시즌1처럼 10만원을 기탁한다면 진입장벽이 높았겠으나 시즌2는 1만원을 기탁하고 인증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우뚜기님의 전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는 서울을 탈출한 팬데믹 상황에서 처음 생각보다 더 좋은 선택이었다. 나 대신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전시를 보고 리뷰해 주었고, 나는 하루 5분 정도 그 전시를 읽고선 하루를 보내며 조금 떠올리다 짬이 날 때 쓰고싶은 대로 적으면 그만이었다. 단 세 글자라도 적으면 100원을 돌려받는다. 이 간단한 동기부여가 퍽퍽한 삶에 조금의 간을 쳤다. 


9/7부터 시작하는 새 시즌에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혼자 쓰는 것보다 같이 쓰면 더 쉽더라. 그렇다고 그 사람들과 대면해서 친해지거나 인스타 친구를 맺거나 카톡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매우 간편했다. 또 내가 쓴 글의 목록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100일 동안 얼마나 대충 살아왔는지 한 눈에 보고 


나는 이토록 내성적이지만 또한 사교적인 편이라 내가 만든 프로젝트는 좀 더 질척거리는 편이다. 주제는 이러저러하게 잡아보았지만 연관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뭐든 써도 되기 때문에 같이 쓰고 뭔가 두루 이득이 되고 남기면 좋겠다. 멍한 연대감을 이루고 멍한 성취로 돌연히도 유난히도 멍한 이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5384 



카카오프로젝트100 절찬리 모집 중


이전 10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