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과 주말의 경계선에서
불금, 이다. 풀어쓰면 불타는 금요일 이던가. 간만에 잡은 일감을 굳이 미루고 아궁이에 불을 떼며 불멍을 지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휴직자는 말이 없지만, 동료들의 성과를 훑고 간단한 소감을 인스타에 남긴다. 평, 이라고 적었다가 소감이라고 고친다. 육아와 일만 아니면 다 좋은 이 시간.
말 그대로 불을 태우는 불금이라니 호사다. 호사다마라기에 마음은 불편하다. 그래도 멍때리는 게 좋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고프로7을 구매하고 촬영만 2년 째, 데이터는 유지비가 든다. 촬영도 멍상이다. 오늘은 불떼는 일을 촬영했다. 내가 유튜브에서 장작불을 검색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언제 들춰볼까 미지수지만, 어쨌든 외장하드에 저장을 해 본다. 파일이 커서, 파일 탐색기는 열일을 하고 있고 나는 이렇게 멍을 때리고 있다.
휴직자는 말이 없다. 멍을 때리기 때문이다. 합법적 멍상의 시간.
합법적 멍상의 시간이지만 인간은 완전함을 거부하는 존재다. 계산은 딱딱 떨어지는데 실제 실행해 보면 구멍투성이다. 구멍의 멍은 멍때리는 멍과 같은 자인가. 2012년에 중국이 올해의 한자로 멍(夢)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럼 빨대에는 꿈(夢)이 두 개인가 한 개인가. 나도 올해 완전함을 꿈꿨지만 완벽히 실패했다. 하지만 근성을 가져야 한다. 빠삐용은 일곱 번의 파도인가, 기다리고는 여덟 번째 파도를 타고 자유를 찾았다. 나는 항상 어디엔가 빨대를 꼽는다. 빨리는 것과 빠는 것이 일치하면 참 행복할 것이다.
멍을 때릴 수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하며 이 글을 급 마친다. 워 라 밸은 라 쪽으로 기울고 말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