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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ug 03. 2018

복잡하고 건조한 얼음틀

얼음틀은 씻기가 힘들다. 칸칸이 많이도 나누어져 있는 것이 씻기에 좀 복잡한 구조다. 

얼마 전 누군가 그랬다. 말이 많으면 진실은 멀어진다고. 

복잡할수록 씻어내기가 힘들다. 

단순하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거다. 

열중하기에도 씻어내기에도 잊기에도. 



그렇지만, 

한 칸밖에 없는 커다란 얼음틀은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에 없다. 

그러니까... 얼음틀은 복잡한 것이 맞고

우리 인생에서 어떤 부분은 어떤 시기는 

당연히 복잡하고 어렵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괴로운 것이 맞다. 

얼음틀은 칸칸이 나누어져 제 기능을 해야 하고, 

씻기 귀찮은 것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복잡한 얼음틀을 정수기 아래에 가져다 대고 버튼을 누르면 

차르르 차르르, 정수기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칸칸이 물이 채워진다. 

그때의 만족감은 이 틀이 칸칸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얼음 조각이 필요할 때마다 몇 깨씩 빼내어 쓸 수 있는 것도 칸칸 복잡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고. 

씻을 때의 번거로움만 잠시 견디면, 많은 것들이 만족스럽다. 

게다가 그 번거로운 순간은 금방 지나가지 않나. 



우리를 지치게 하는 많은 일들이 얼음틀만 같으면 좋겠다. 

복잡하고 힘든 순간은 쉬이 빨리 지나가 버리고, 

그 덕분에 행복한 일들이 만족스러운 순간이 봄날 꽃망울 터지듯 하나하나 늘어가는 

인생의 풍경. 

생각만 해도 그 향기에 코끝이 간지러운데, 

지금 이 부엌에는 전투하듯 많은 살림살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서 정리하고 꽃 보러 가야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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