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틀은 씻기가 힘들다. 칸칸이 많이도 나누어져 있는 것이 씻기에 좀 복잡한 구조다.
얼마 전 누군가 그랬다. 말이 많으면 진실은 멀어진다고.
복잡할수록 씻어내기가 힘들다.
단순하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거다.
열중하기에도 씻어내기에도 잊기에도.
그렇지만,
한 칸밖에 없는 커다란 얼음틀은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에 없다.
그러니까... 얼음틀은 복잡한 것이 맞고
우리 인생에서 어떤 부분은 어떤 시기는
당연히 복잡하고 어렵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괴로운 것이 맞다.
얼음틀은 칸칸이 나누어져 제 기능을 해야 하고,
씻기 귀찮은 것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복잡한 얼음틀을 정수기 아래에 가져다 대고 버튼을 누르면
차르르 차르르, 정수기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칸칸이 물이 채워진다.
그때의 만족감은 이 틀이 칸칸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얼음 조각이 필요할 때마다 몇 깨씩 빼내어 쓸 수 있는 것도 칸칸 복잡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고.
씻을 때의 번거로움만 잠시 견디면, 많은 것들이 만족스럽다.
게다가 그 번거로운 순간은 금방 지나가지 않나.
우리를 지치게 하는 많은 일들이 얼음틀만 같으면 좋겠다.
복잡하고 힘든 순간은 쉬이 빨리 지나가 버리고,
그 덕분에 행복한 일들이 만족스러운 순간이 봄날 꽃망울 터지듯 하나하나 늘어가는
인생의 풍경.
생각만 해도 그 향기에 코끝이 간지러운데,
지금 이 부엌에는 전투하듯 많은 살림살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서 정리하고 꽃 보러 가야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