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천희 May 05. 2024

우리는 미술관 갤러리에서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결혼식을 전시로 만들기로 한 이유

지난번 글(https://brunch.co.kr/@junha04/140)에 우리가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은 지 얘기했었다.


우리는 결혼식을 통해 우리가 결혼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싶고, 친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받고, 우리는 감사를 표현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공장식으로 진행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여유롭고, 형식보다는 결혼과 사랑이라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다. 우리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지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즐겁고 재밌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결혼식을 하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처음에는 지난 글에 다뤘던 sooeatsyourstreetforbreakfast 님과 비슷하게 야외인데 결혼식장이 아닌 곳에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야외라 그림이 예쁘고, 일반적인 웨딩홀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중에 하나의 후보는 여기였다.


어린이 대공원에 있는 서울레저파크라는 곳인데 바베큐장과 수영장이 있다. 야외이고 수영장이 있어서 다른 결혼식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 재밌을 것 같았다. 어린이 대공원의 푸른 숲도 좋아 보였다. 위치도 서울 어린이 대공원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바베큐장이 있으니 친구들과 오신 분들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출처: 서울레저파크
출처: 서울레저파크

그런데 혼자 오시는 하객분은 바베큐 고기를 해먹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야외 결혼식은 비가 올 수도 있다. 내 성격상 매일 날씨를 확인하게 될 것 같았고, 비가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가지고 싶지 않아 이곳은 포기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교를 다니게 되며 나는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이한 경험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예술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였다. 또한 예술이라는 먹고살기 힘든 분야에 도전하는 작가분들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부터 (그때는 서울관이 없었다.) 비엔날레까지 많은 전시를 보러 다녔다.

미대생도 아닌데 미술 전시를 열심히 보러 다녔던 시절

학생 시절엔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었던 인사동 갤러리에 자주 갔다. 어느 전시를 한창 보고 있는데 작가님께서 말을 거셨다. "여기 음식과 다과가 있는데 드셔보세요." 전시장에 핑거 푸드가 차려져 있었고 작가님을 포함한 꽤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다. 전시를 시작하는 날이어서 오프닝 행사가 있었던 것이었다. 보통 인사동 갤러리의 전시는 1주, 2주 단위로 진행하는 게 많았는데 월요일에 가면 그렇게 오프닝 행사를 하는 곳이 있었다.


여자 친구와 어떻게 결혼하면 좋을까 얘기를 나누다, 월요일 인사동의 어느 한 갤러리에서 우연히 참여한 오프닝 행사가 기억났다. 생판 모르는 남인 나에게도 전시 설명을 해주시고, 제공해 주시는 핑거 푸드를 먹는데 환영을 받는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 결혼식 갤러리에서 해보면 어떨까?

뭔가 대안적인 방식의 결혼식을 하게 될 것이다. 전시를 통해 왜 이렇게 결혼하는지 설명한다면 특이한 방식의 결혼식을 낯설어하는 하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식이 끝나자마자 다음 식이 준비되고, 밥을 먹다가 제한 시간이 다되어 나가고, 빠르게 진행하여 신랑 신부와 얘기나누기도 힘든 공장식 결혼식이 싫었다. 갤러리 전체를 며칠 동안 빌려서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친구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도, 우리가 전하는 감사의 인사도 더 여유롭게 나눌 수 있다.


핑거 푸드나 케이터링을 준비하면 하객들에게 다과나 음식을 나눠드릴 수 있다. 만약 여의치 않다면 답례품을 드릴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주말에 시간 내어 멀리 와주신 하객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다.


결혼으로 축의금을 받는 게 싫었다. 친함의 정도로 금액을 얼마나 줄 지 계산하는 게 싫고, 결혼식에 초대받아 오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는 게 싫었다. 일반적인 웨딩홀이 아닌 갤러리 결혼식이라 비용이 더 적다면 축의금을 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마이너한 이유인데, 살면서 나의 전시를 한 번 열어보고 싶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아직도 예술가에 대한 꿈이 있는데, 그 꿈을 결혼 전시를 통해 이루면 행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100%의 자유도로 커스텀할 수 있기 때문에 즐거운 결혼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여자 친구와 갤러리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했고, 갤러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왠 걸, 차라리 일반적인 결혼식을 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이전 06화 동네에 아무도 가지 않는 허름한 공터에서 결혼식을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