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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한 Nov 20. 2017

올해의 첫눈이 내렸던 날

 드디어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 눈이 올 거라는 소식을 며칠 전부터 계속 들어왔던 터라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 기다렸지만 첫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눈이 내릴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보란 듯이 오늘 첫눈이 내렸다. 처음엔 먼지가 흩날리듯 아주 자그마하게 오더니 시간이 지나자 꽤 굵은 눈이 내렸다. 일을 하다가 맞은 첫눈이라 첫눈을 만끽할 새도 없이 의자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야 했다. 나는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며 그렇게라도 첫눈을 담으려 애썼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기대하던 첫눈이었는데 막상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나니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긴 탄식이 나왔다. 가게마다 캐럴이 흘러나왔고 거리에는 반짝이는 전구들이 가득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이미 거리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왠지 다음 주면 해가 넘어갈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난 아직 해놓은 게 없는 거 같은데 시간은 어느덧 한 바퀴를 돌아 시작점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눈이 온 뒤라 그런지 공기가 매우 차가웠다.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으며 이제 진짜 겨울이 왔음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고 반짝이는 전구들이 올해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번 연말엔 모처럼 바쁘게 지낼 것 같다. 새로운 경험도 하고, 하고 싶었던 것도 할 예정이다. 그래서 연말이 기다려지지만 동시에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언제나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서 오는 미련일 테지만.


 올해 두 번째로 눈이 내리는 날, 밖에 나가서 눈을 맞아볼 생각이다. 올해의 첫눈을 바라만 보면서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 눈이 내리는 날엔 눈을 맞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처음 맞는 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두 번째 내리는 눈 혹은 그냥 내리는 눈이겠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올해가 지나기 전에 보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만들고 싶다. 그러다보면 올해가 끝날 때 쯔음 나는 좀 더 의미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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