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한 Dec 06. 2017

어느 시린 이야기

온기 하나 없던 나의 조그마한 방에

정말이지 아주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나는 이 보잘것 없는 누추한 공간에 찾아온

그 사람이 너무나도 반가워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날 보며 미소짓는 이 사람에게 

내가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졌다


정성껏 요리를 만드는 동안 

공기는 따듯함과 맛있는 냄새로 채워졌다


완성된 요리를 부푼 기대감과 함께 식탁으로 내어왔지만

그 사이에 그 사람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그럴리 없다며 애써 고개를 저었지만

그 사람은 이야기만 하고 싶었던거라는

의미없는 결론만 남긴채 

남겨진 요리만 물끄러미 쳐다봐야했다


온기도 요리도 마음도 모두 식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지만

방안에 퍼진 맛있는 냄새는 떠나지 못하고

나의 주위를 맴돌며 

따뜻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냄새가 방 안에 밸까 두려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시려오는 손을 만지작거리고

폐부를 찌르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손이 시린건지 마음이 시린건지 모르겠다는

탄식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씨가 좀 춥다





매거진의 이전글 뒷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