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줄 아는 남자

by 준혜이

저는 매력적인 남자가 아닙니다. 아무도 저에게 매력적이다, 아니다 직접 말해준 적 없지만. 그래서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이런 저에게는 재미있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여자친구에 대한 제 최초의 기억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혼자 말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입니다.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듣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날 그녀가 했던 얘기는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굶주림 없는 세상이 되려면 하루빨리 머리카락, 손톱, 발톱을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야해. 나는 미장원에서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자란 머리카락이 장식용이었다는게 아깝고 억울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의 도움없이 자신들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감은 올라갈꺼야. 그러면 그 사람들은 더이상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고 또다른 세상을 열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되는거야"

그녀의 얘기를 멀리서 듣고 있던 저는 머리카락을 먹으면서 사는 생활은 과연 어떤 것일까 상상하다가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헤어지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날 저는 그녀를 포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녀가 저를 지루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요.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어김없이 그녀가 저보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뭔가를 마스터한 사람들이 부러워.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카메라가 그 사람 인생의 열쇠가 되고,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은 기타로 그 사람만의 세상을 열고 쭉 갈 수 있잖아. 멋있는 사람들이야. 자신들의 세상을 혼자만 보지 않고 사진으로,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여주잖아. 나도 그러고 싶어. 열쇠를 찾고 싶다고."

저 역시 열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대답하자,

"넌 나를 마스터했잖아. 너는 나를 사랑할 줄 알아.
오, 그럼 내가 바로 니 열쇠구나. 내가 내 열쇠를 찾을 수 없었던 건 내가 니 열쇠였기 때문이었어!
크크 니가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줄 만한 너의 세상은 행복한 나야."

저는 말 없이 그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빌었습니다. 언젠가 그녀가 찾게 될 그녀의 열쇠가 거짓말은 아니기를 말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만난 지 3년째 되는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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