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에 잠을 청하며 누워서 깨어있는 시간까지 더해져야 완성이다. 나는 어려서나 나이 들어서나 자는 것도 꿈을 꾸는 것도 아닌 그 상태를 좋아한다. 딸아이가 베개에 머리를 놓자마자 잠들지 못하고 떠오르는 생각 속을 헤매는 건 나를 닮았다.
어젯밤 잠들기 전 딸아이는 코딱지 때문에 불편하다며 코를 후볐다. 나는 딸아이의 코딱지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신속한 코딱지 처리를 준비하면서 기다렸다. 코에서 빼내자마자 딸아이가 잠옷에 붙여버린 코딱지는 결국 행방불명. 나는 방에 불을 켜고 코딱지를 찾는 대신 딸아이에게 겁을 줬다. 코딱지가 엄마한테 붙었다가 아빠한테 붙었다가 동생한테 붙고 돌아다니면서 점점 커져 우리 집 밖을 나가면 딸아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될 거라고. 자신과 코딱지 중에서 누가 진짜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보냐고 딸아이가 울먹였다. 나는 뽀뽀를 해보면 알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밤마다 내 옆에 누운 딸아이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나는 감탄한다. 누워서 코딱지나 파고 있어도 딸아이는 어린 여자, 아름다운 몸을 가졌다. 지금은 코딱지나 응가만 낳는 아이지만 언젠가는 너도 나처럼 아이를 낳게 될 거라고 딸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소중한 너의 몸은 네 손가락도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코딱지로도 성교육이 가능한 내가 남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둘째가 남자라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ㅋㅋㅋ
삐약이 엄마/ 백희나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