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유연한 몸으로 나이들고 싶다는 말 뿐이던 마음은 이제 운동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몸과 마음이 되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뛰다보면 나의 정신이 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려는 걸 느끼고, 요가 선생님의 숨 쉬라는 말에 그동안 내가 힘들게 참고 있던 게 요가 동작뿐이 아니라 숨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어항 속의 열대어처럼 제각각 아름다운 몸을 가진 헬스 클럽 안의 사람들이 사실은 견딜 수 없이 떠나고 싶고, 참지 말아야 할 것을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평생을 살아온 몸의 존재는 통증이거나 계절의 온도, 다른 사람의 손길이었다. 예상대로 운동을 시작하고 며칠동안 나는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 아픈 시간은 불편하고 힘들어야 몸이 변한다는 요가 선생님의 말로 버텼다. 그런다고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내 몸이 극적으로 변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근육통이 사라지자, 땀이 나기 전까지 천천히 높아지는 체온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은 몸, 마음은 마음대로 살 수 없어서 나는 운동을 계속 해야겠다. 몸과 마음을 땀으로 뒤섞어버리고 싶으니까. 나는 얼마 전 헬스 클럽 밖 공원길을 같이 달리던 처음 본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몸이 성장을 멈추어가는 건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나이들어가는 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지금은 겨우 스파게티 소스 병뚜껑을 한 번에 열지 못하고 쌀 20kg 짜리를 예전보다 힘들게 드는 일에서 느끼는 나의 노쇠가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그러면 나는 헬스 클럽의 할머니들을 떠올린다. 나의 미래, 근육질 할머니. 오랜 시간 몸을 떠나지 않은 정신이 빚은 근육은 아름답다. 이제라도 내가 정신차리고 운동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