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눈에 뭐가

안녕

by 준혜이

바람이 시원한 여름이다. 긴 옷을 입고 양말까지 신어도 덥지 않은 그런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이 오기까지 덥고, 습하고, 비가 쏟아지고 그랬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을 모두 지나가버린 일로 만드는 여름이 돌아왔다. 손을 마주잡을 수도, 서로를 안아볼 수도 없는 작별인사가 시작되었다. 다정한 자동차 경적소리가 온 동네를 울리고 우리는 눈을 크게 떠 서로를 바라본다. 안녕. 서로를 향해 흔드는 손과 함께 온몸이 다 흔들린다.

모든 사람을 제 자리에 그대로 마음을 정리한다. 헤어질 때 서로를 더 가까이 한 우리가 보여 잡은 두 손을 놓고 서로의 몸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다. 마지막은 이렇게 시원한 여름, 따뜻한 겨울 같은 체온으로 남는다. 우리가 다시 만나서 시작할 자리는 그래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던 곳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져있다. 지난 날을 모두 잊거나, 오해하는 일이 우리 사이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금, 여기서는 이제 그만 안녕.

그리하여 우리는 이루어지지 않은 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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