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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Diary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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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혜이 Aug 09. 2020

멈칫하던 순간

나윤권


 이제는 운전에 능숙해져 듣고 싶은 노래를 크게 틀고 다닐 수 있다. 노래 따라부르기를 멈추지 않고 차선 변경까지 한다. 뒷좌석에 아이들이 타고 있지만 아이들은 조용히 가만히 있을수록 대접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나간 어느 날 아이들이 목적지까지 반복해서 들어야 했던 노래는 나윤권의 멈칫하던 순간. “죽을 수도 있는데 뭐든지 다 줄 수 있는데” 아이들이 듣고 싶다는 팟캐스트를 틀어줄 수는 없다. “누구도 내 사랑을 훔쳐볼 수 없도록 내가 지킬 거” 니까.

 스물 세 살의 나는 트럭으로 운전을 배웠다. 기어를 바꿀 때마다 위험을 느꼈다. 운전 교습을 해주던 아저씨 없이 혼자 운전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어서야 마음이 놓였다. 어떤 위험 속에서 사람을 구해낸 기분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트럭 앞유리에 내리꽂히던 잘고 촘촘한 빗줄기, 트럭 지붕을 두드려 울리는 비의 무게와 내 귓가의 모든 소리를 나누는 와이퍼의 박자가 비현실적이던 어느 여름날, 들뜬 마음은 내가 운전중이라는 걸 잊었지만 나의 오른손은 기계적으로 기어를 바꿔가며 시동을 꺼뜨리지 않았다.  

 나도 할머니 있는데. 아이들이 말했다. 운전수의 세계와 승객의 세계가 뜬금없는 이 한마디에 만난다. “나 할 말이 있는데” 나윤권이 읊조린다. 차에 탄 모두가 이 부분을 기다렸다 나 할머니 있는데, 하고 외친다. 혼자였다면 알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주차를 하고 아이들을 내려주면 어떤 위험이 다가온다. 큰 목소리와 두 손으로 아이들을 구한다. 이게 바로 함께 있어야 안심인 사람들이 있는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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